
국어사전의 '대학' 풀이는 거창하다.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하고 정치(精緻)한 응용 방법을 교수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최고급 학교'라는 거다. 이 긴 '대학' 풀이를 요약하면 '심오한 학문과 훌륭한 인격을 도야하는 곳' 아닌가. 유교의 4서 중 하나인 '대학'도 명명덕(明明德)과 지선(至善), 정심(正心)을 함양하고 다지기 위한 학문이다. 그런 대학이 바른 인격 도야가 아닌 비뚤어지고 일그러지다 못해 형편없는 인격 형성을 조장한다면 그래도 존재 가치는 남는 것인가. 명명덕이 아닌 암암덕(暗暗德), 지선이 아닌 지악(至惡), 정심이 아닌 부정심(不正心)을 부채질해도 그래도 대학은 여전히 대학인가. 바른, 제대로 된 대학 교수라면 최고 지성인, 최고 학문 수호, 개척, 전수자(傳授者)에다가 신용 0순위의 걸어 다니는 크레디트카드 아닌가.
그런 대학 교수들이 권력 끄나풀에 엉겨 붙어 추악하게 타락할 수도 있고 오랜 세월 도야하고 함양한 상아탑 인격과 양심을 무참히도 팽개치며 대학의 품위와 명예를 더럽힐 수도 있다는 것인가. 전통 명문 이화여대의 체육과 교수들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최고 점수를 줬고 그로 인해 정유라보다 상위 성적의 학생 2명이 탈락했다는 건 누가 들어도 용서 못할 양심 불량의 범죄행위다. 그야말로 대학의 명명덕을 깨부수고 최고의 선과 바른 마음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추악함의 극치다. 15일 검찰에 소환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숙명여대 인사 개입은 더욱 못됐다. 구속된 차은택(문화계의 황태자라는 그)의 외삼촌인 그는 자기 부인을 그 대학 특수대학원 초빙교수로 임용케 하고 부인을 추천한 송 모 교수는 그 대가로 국악방송 사장으로 갔다는 거다. 유유상종으로 얽힌 추악의 극치다.
이화여대는 (작년) 정유라 입학 특혜의 반대급부로 대대적인 정부지원 사업을 따냈고 교수들도 이례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숙명여대 역시 김상률 수석으로부터 몇 백억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거다. 명문 이대와 숙대가 명예와 품위를 패대기친 채 시정잡배처럼 이권 거래를 했다는 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