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국가기관(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그 범죄행위들이 밝혀지니,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추잡한 짓거리를 벌여온 의사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행위들에 대해서는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겉으로는 환자의 건강과 국민의 보건을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한의사를 죽이기 위해 밤 잠 안자고 골몰했을 그 흉악한 꼴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한의사는 대한민국 한의과대학 6년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한의사 국가고시를 합격해 국가면허를 받게 되는 대한민국 의료인 중 하나이다. 특정집단이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그런 가볍고 가치 없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의료인 중 하나인 의사들이 집단으로 한의사의 궤멸을 목표로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공정거래를 강요하고 담합을 해왔다는 것은 한의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너무나 큰 충격과 실망이다. 초음파영상기기를 포함해 엑스레이, CT, MRI 및 혈액검사기기는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다. 자동차, 비행기, 카메라와 같은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의사들만 독점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인가?
이번에 적발된 의사협회 등의 불공정거래 범죄행위를 지켜보면서, 한의사들이 반드시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하여 침, 뜸, 한약 등의 한의 치료를 시행하면서 초음파, 엑스레이, 혈액검사기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확신은 과학의 발전으로 탄생한 수많은 의료기기와 검사를 오로지 자신들의 밥벌이 도구로 생각하고, 병원들의 과열경쟁으로 줄어든 수입원을 불필요한 검사와 무리한 수술로 벌충하려 한다는 세간의 의심 때문이라도 더욱더 힘을 얻게 된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존재한다. 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에 대한 불공정한 독점은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에게는 의료선택권의 제한이며 국가보건 전체로는 재앙이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국민들은 다양한 선택을 통해서, 더욱더 편리하게 치료받을 것이고, 경제적 부담은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더구나 이토록 음험하게 독점적 권한을 남용하고, 불공정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의사단체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
/김상수 경기도한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