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유원지 일대 중고차수출단지에서 불법 폐차가 성행하고 있다. 불법 행위가 단지 한복판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과 연수구는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유원지 인근 중고차수출단지. 컨테이너 사무실 옆 초록색 철망으로 만들어진 수납공간에 자동차 부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범퍼나 차체, 타이어, 핸들은 물론 차량에서 방금 떼어낸 것으로 보이는 엔진 등 핵심 부품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 3명이 중형 세단 차량 차체를 연삭기(그라인더)로 자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견인차는 주요 부품을 다 뜯기고 껍데기만 남은 차를 수출용 컨테이너 내부로 바삐 옮기고 있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등록된 자동차 해체 재활용 사업자만 자동차를 해체하거나 폐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중고차수출단지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법 폐차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불법 행위에 가담한 이들은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폐차작업을 진행했다.
불법폐차현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한국법은 잘 모른다"고 말하며 "작은 차는 1시간이면 가능하고, 대형 세단이나 SUV는 2시간이면 금방 해체한다. 굴러다니는 어떤 자동차든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 조사에 따르면 연수구 중고차수출단지와 아암물류단지에서 차량을 불법으로 해체하는 업체는 4~5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해체된 차량은 대부분 중동지역에 부품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조립, 재판매된다"며 "정상적인 폐차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어서 대포차나 압류차, 도난차 등을 처리하는 통로가 되고 탈세 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법 행위가 계속되자 협회는 지난달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연수구 송도 중고차수출단지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인천연수경찰서에 진정서를 내고 단속을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연수구 관계자는 "이 일대에 대한 불법 행위 단속을 지속해서 벌이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경찰과 협조해 단속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