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유커보다 개별 싼커 증가세
쇼핑 탈피 스토리텔링 명소 개발
수요 맞춤형으로 패러다임 변화
교육·수출분야도 인식전환 필요
품질·서비스 질적 향상 꾀해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연도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0년 187만5천명, 2014년 612만6천명, 그리고 올해는 800만명을 상회할 걸로 예상된다. 분명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관광객의 지속적인 유치를 위해 관광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 관광객은 대규모 단체 관광객, 즉 유커(遊客)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여행상품 가격이 왕복 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패키지여행으로 온 경우가 많았다. 여행사는 관광객을 대도시나 관광지 외곽에 있는 저렴한 모텔에 투숙시켜서 관광지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하루에 2~3차례씩 면세점을 들러서 관광객이 물건을 사도록 하고 가이드는 수수료를 챙기도록 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중국의 국가여유국이 지난 10월 13일 '불합리한 저가 여행 관리 추진에 관한 통지'를 내렸다. 저가여행 패키지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30만 위안(약 5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일부 지방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단체 관광객을 지난해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20% 줄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 결과 유커 특수를 누려왔던 화장품과 면세점 업계, 호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락했다.
요즘 중국 관광객 중에는 유커보다 개별 관광객, 이른바 싼커(散客)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인 관광객 중 유커는 40.9%인데 비해 싼커는 59.1%였다. 싼커는 모바일을 통해 스스로 여행 상품과 정보를 검색하고 대금도 결제한다. 유커들은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반면, 싼커는 국내 백화점에서 한류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및 음식 등 문화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구입한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여행상품을 대량 공급하던 박리다매 형태의 관광 사업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이래저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값싼 여행상품을 판매하면 부가가치도 적다. 이제 여행객들의 수요에 걸맞은 품격 있는 여행상품으로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해야 한다.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1인당 지출경비도 많은 젊은 싼커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을 더욱 유치하기 위해 쇼핑 위주의 관광을 떠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명소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관광사업 외에도 교육과 수출 분야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출산율의 저하로 대학 입학자원이 줄어들면서 상당수 지방대학들이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수가 유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학생 유치 등을 목표로 학교 이름까지 바꿨지만 최근 신입생 충원율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린 강원도 동해시 한중대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제 학교도 박리다매 사고를 벗어나 중국인 학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고급 교육과정을 준비하여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수출 품목은 또 어떠한가.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우리가 깔보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G2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우주정거장, 양질의 전자제품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한국의 제품도 이제 중국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로 다가가야 한다.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