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송은 단풍뿐만 아니라 초봄 연둣빛 신록의 자태도 고운데 박두진 시인은 낙엽송이란 시에서 '가지마다 파아란 하늘을 받들었다. 파릇한 새순이 꽃보다 고옵다'라고 할 정도로 싱그러운 생명력과 꽃보다도 곱다고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다.
낙엽송은 소나무과의 침엽수로 일본이 원산지이며 상록수인 소나무과의 다른 나무들과 달리 가을이면 물들어 잎이 떨어지는 큰키나무이다. 정식 이름은 이렇게 잎을 갈고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해서 일본잎갈나무이다. 우리나라 금강산 이북지방에 자생하는 잎갈나무가 있는데 백두산에 가면 울창한 원시림을 이루고 있으며 낙엽송과 구분이 쉽지 않다.
낙엽송은 잎갈나무와 달리 비교적 춥지 않은 중부 이남의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며, 높이 30m 직경 1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져서 긴 비늘조각처럼 벗겨지며 가지는 수평으로 뻗거나 아래로 처진다. 잎은 선형으로 짧은 가지에 20~30개씩 모여나는데 밝은 녹색으로 소나무나 잣나무보다는 길이가 짧다. 꽃은 5월에 노란색 타원형의 수꽃과 담홍색의 달걀모양 암꽃이 한 나무에서 따로 피며 열매는 솔방울 모양으로 9~10월에 익는데 처음에 아래쪽을 향하다가 열매가 익을 때 위쪽을 향한다. 낙엽송은 자라는데 햇빛이 많이 필요한 나무로 병충해에 강하나 공해에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낙엽송은 1904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 60~70년대 이후 치산녹화계획에 따라 정부주도하에 나무심기가 한창일 때 1순위 권장수종으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현재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6.2%인 27만2천㏊를 차지하고 있다. 낙엽송은 자라는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목재를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목질이 우수하고 곧게 자라 상품성이 좋아 경제 수로 각광 받고 있다. 목재는 강하고 결이 세서 못이 잘 박히지 않을 정도이며 탄력이 적어 전봇대나 갱목, 건물을 신축할 때 건물 바깥쪽 공사판 지지대용으로 널리 쓰였고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단골재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지는 잘 부러지는 특징이 있어 눈에 의한 피해에 약하며 옹이가 많은 게 단점이다. 나무껍질에서는 염색의 재료와 타닌을 채취하고 수지에서는 테르핀유를 채취하기도 한다.
얼마 전 태백산 일대의 낙엽송과 관련된 얘기가 언론을 장식하고 많은 사람이 반대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태백산 숲의 11.7%를 차지하고 있는 낙엽송 50만그루를 5년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우리나라 고유수종인 참나무와 소나무 등을 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낙엽송은 일본이 원산지이므로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에는 걸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 토양과 기후에 잘 적응해서 우거진 숲을 이룬 낙엽송을 짧은 기간에 대면적 벌채를 하는 것은 산림훼손은 물론 숲 생태계를 파괴하게 되므로 무작정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나무를 베어내는 일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다행히 한 발 뒤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건 아닐까 싶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