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어제 '그림자 대통령' 최순실을 비롯해 전 청와대 수석 안종범, 문고리 3인방의 정호성을 기소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공모 피의자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국정 농단 공모 죄다. 요즘 빗발치는 말이 '국정 농단'이지만 '농단'이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엔 '깎아지른 듯한 높은 언덕'이 '농단(壟斷)'이라고 했지만 한자 본고장인 중국 사전엔 壟자가 '밭두렁 논두렁 농'자다. 남의 논두렁 밭두렁을 멋대로 잘라 제 땅으로 만들 듯이 독점 독차지하고 마음대로 하는 게 '농단'이다. 아무튼 외국 언론에 비친 박근혜 등 국정 농단이 참으로 한심하고 창피하다. 지난 15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캰도루(candle) 데모'를 보도, '박근혜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핀치에 몰렸다'고 했다. 그런데 비유가 섬뜩했다. '최씨 등 토카게노 싯포(도마뱀 꼬리)를 잘라 달아나게 하면 할수록 한국 국민의 분노엔 불이 붙는다'는…. 도마뱀 머리와 몸통이 대통령이라는 거다.
그리고 덧붙였다. '2013년 2월 박씨의 취임 1성(聲)이자 국정 슬로건이 비정상의 정상화였는데 4년이 지난 후 박씨 자신이 가장 비정상이 되고 말았다'며 리더십이 땅에 떨어졌다고 했다. 19일자 중국 인민일보는 '제4차 촉광(燭光→촛불)집회는 도박(倒朴) 시위'라고 보도했다. 박근혜를 쓰러뜨리는 시위라는 거다. '하야'를 '하대(下臺)'라고 했고…. 하긴 청와대에서 내려서는 게 '下臺'니까. 엊그제 CC(중앙)TV는 또 '야당의 주판 알 굴리기(在野黨盤算私利)'를 지적했다. 북한 매체는 어떤가. 남쪽의 혼란상 부추기기에 연일 입에 거품을 문다. '옳지 옳지 잘한다! 그렇지!' 식이다. 그런데 '하야혀, 그만두유, 그만두라 안했능교?' 등 피켓의 촛불 군중도 군중이지만 북한 매체가 대놓고 성원하고 싶은 정치꾼도 있을지 모른다.
18일 도쿄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 또한 한심하다. 지난 4월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박근혜가 청와대서 기르는 진돗개를 대회 마스코트로 채택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로 스위스 IOC까지 날아갔지만 거부당했다는 거 아닌가. 그 두 달 뒤 확정된 마스코트 백호와 반달가슴곰도 웃을 '진돗개 농단'이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