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시인
방민호(1965~)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소리
떠나간 이 불러다 앉혀 놓는 소리
차마 그이에게 잘못한 일들
그이 맘에 아직 남았을 상처
너는 다독여 주리라 하건만
눈이 시리도록 울어 울어야
못다 맺은 인연 풀어헤칠까
저 연두빛 숲에 그늘이 지도록
아픈 가슴 파고드는 네 소리
슬픔이 이렇듯 빛날 수 있나

방민호(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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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세상에 많은 악기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소리다. 자연의 소리에 가깝게 근접 할수록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악기는 자연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모방하는 것이며, 우리는 재현되는 그 소리를 통해 내면의 울림을 느낀다. 그러나 어떠한 소리든지 그 자체로 있을 수 없으며, 소리는 사물과 부딪힘이라는 물리적인 것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소리"도 '떠나간 이'와의 갈등에서 고조된 것이며 "차마 그이에게 잘못한 일들"이 남은 까닭이다. 이처럼 "그이 맘에 아직 남았을 상처"에서 연원하는 가슴의 통증을 '해금 소리'가 호명하고 어루만지는 것이다. 해금이 상처 입은 감정을 다독여 주고, 눈이 시리도록 울어주면서 '못다 맺은 인연'을 풀어헤치는 사이 자신 내면에 "아픈 가슴 파고드는 네 소리"를 슬프도록 연주한다. 당신도 그렇다면 가을의 끝에선 한그루 나무처럼 눈물 흘릴 줄 아는 '몸의 악기'를 가졌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