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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살인이 있다면 '인격 자살'도 있다. 청와대는 검찰이 상상과 추측으로만 수사를 해 대통령의 인격을 살해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순실 일당과 공모한 사실을 인정해 피의자로 공소장에 명시했고 99% 유죄가 확정적이라는 검찰 발표를 정면으로 부정한 거다. 세상에, 객관적 증거도 없이 추측과 상상만으로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가. 그게 법에 의해, 법의 덕에 사는 변호사의 주장이 맞나? 추측과 상상만으로도 수사가 가능하다면 피의자와 참고인을 왜 검찰 청사로 불러 철야조사를 해대는 건가. '인격 자살'이란 인격착란과 도착, 인격 도괴(倒壞), 인격마비에 의한 자살이다. 그러므로 인격 자살 역시 미수에 그치는 게 낫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대명천지에 결정적인 대국민 거짓말로 인격 자살을 했다. 집권 초기에만 최순실과 결탁한 게 아니라 지난 4월까지도 그랬다는 거 아닌가.

또 하나 박근혜의 인격 자살 행위는 지난번 두 번째 대국민 사과 담화에서 '검찰 수사도 받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공언해 놓고서도 20일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갑자기 수사를 거부한다며 공개약속을 깨버린 것이다. 그런 엄청난 공언 파기(破棄) 거짓말이야말로 인격 자살 행위가 아니고 뭔가. '정신적 프로필(psychological profile)'이라는 심리학 정신분석학 용어가 있다. 지각(知覺), 요해력(了解力), 주의력, 관찰력, 상상력, 의지력 등 정신적 기초 능력이 정신적 프로필이고 온전하고 균형 잡힌 인격 형성에 필수인 정신적 스펙이 정신적 프로필이다. 박근혜는 개인적 이권욕과 축재 욕망은 없다고 했다. 그 점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할지 모른다. 문제는 뭐가 정경유착인지, 어느 정도가 비리 선이고 불선(不善)의 한계인지를 분별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정신적 프로필이 부실하고 엉망이라는 증거 아닐까. 인격 살인이 아니라 인격 자살이다.

인생은 짧고 매사 때가 있는 법이다. 제2차 군중 촛불집회 직후쯤 사퇴를 선언, 석고대죄하겠다며 눈물이라도 글썽거렸더라면 정 많고 포근한 국민의 동정이라도 받았으련만…. 탄핵이든 뭐든 갈 데까지 가 보자? 더 이상 얼마나 더 추한 인격 자살 행위를 보일 참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