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2일자 '타임'지 표지 제목 'Meltdown(溶解)'이 쇼킹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이 윤곽만 희미한 채 머리끝부터 철철 녹아내리는 그림이었다. 대선 유세 막바지인 10월 24일자 타임지 표지 제목도 'Total Meltdown(완전용해)'이었고 그의 얼굴이 무참히 녹아내려 형체를 잃은 채 바닥에 흥건한 모습이었다. 그걸 일본 언론은 '니가오에(似顔繪)'라고 했다. 배우나 미인의 얼굴을 개성적으로 표출한 풍속화다. 그런데 그 이틀 후인 10월 26일 LA 관광명소 워크 오브 페임(Walk of Fame)에서도 사건은 벌어졌다.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인 이름이 새겨진 그곳 길바닥엔 트럼프 이름도 별 모양의 주황 금속판(plate)에 새겨져 있었지만 누군가 곡괭이로 형편없이 파괴해 버린 거다.
1990년대 트럼프가 뉴욕 허드슨 강변에 세운 고급 아파트가 Trump Place였다. 그런데 지난 대선 중 주민서명운동이 벌어져 아파트 이름이 '리버사이드 길 140 160 180'으로 각각 변경됐다. 당선 후는 어땠는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고 '트럼프가 온다!'고 한 학생이 비명을 지르면 학생들이 일제히 달아나는 게임이 전 미주 학교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트럼프를 호되게 비난했던 뉴욕타임스는 보복이 아닌 은전(恩典)을 입었다. '숱한 독자가 탈락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린 예상과는 달리 '선거 종료 1주일 만에 4만1천부나 늘었다'는 게 지난 17일 발표였다. 아메리칸 대 정치사학자 앨런 리트먼(Lichtman)은 또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까지 예측했고 당선 후에도 공화당 주류파와 트럼프 측근(비 주류파) 간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퍼뜩 균형감각을 회복, 눈에 띄게 변했다. 당선 후 첫 정상회담(17일)을 한 아베 일본 총리는 '선거 기간 중의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 판결했다. 사법장관 제프 세숀스(Sessions),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Flynn), CIA국장 마이크 폰페오(Ponpeo) 등 인선도 긍정적 평가였고 그를 '자격 없는 사기꾼'이라고 했던 당내 경쟁자 롬니(Romney)까지도 끌어안았고…. 한·미 관계 전망도 그리 어둡진 않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