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퇴진운동과 與 비주류 동참시키는 전략 필요
野인사중 즉각퇴진 주장 의원들 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혼란정국 가닥 잡히면 대통령제 혁파할 개헌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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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와 대국민담화 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의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의 공범 관계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대국민약속 위반이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와 다름없다.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볼 때 특검 수사도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청와대도 탄핵을 공식화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특정한 현안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혼란이 아니다. 정파간 정치적 이해의 경합 수준을 넘는 국가위기 국면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다음 달 2일 예산이 통과된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에서 어떠한 절차에 의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조직과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국가의 위기다.

즉각 하야와 '질서있는 퇴진'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 청와대는 각자 다른 셈법에 의해 탄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탄핵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총리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책이기보다는 야권에 씌워진 덫이었다.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전권 이양을 보장받는 거국내각총리를 주장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보장을 단서로 내각의 실질적 통할을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거국내각총리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일요일 야당의 유력 주자 그룹 회동에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다시 총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를 철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면 국민은 이를 용납할까. 국회가 합의해서 총리를 추천해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미 야당은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쓸 시기를 놓쳤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공범으로 적시하고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하면서 청와대는 국면 전환을 통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탄핵을 방패삼아 한 판 뒤집기 전략을 굳혔다. 헌법을 유린한 자가 헌법을 방패삼아 역사의 반동을 꾀하고 있는 역설이다.

박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퇴진 운동을 통해 압박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여권의 비박 인사들도 동참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 인사 중 탄핵보다 즉각 퇴진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권총에 총알 한 발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국회 추천 총리는 대선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적은 인사를 여야가 합의해서 내세워야 한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개헌은 지금의 모순투성이인 사회경제적 상황과 위임민주주의 타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얽힌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국면에 개헌까지 논의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국이 가닥을 잡아나가면 현행 혼합 대통령제를 혁파할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

다수의 지배를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가 대통령 변호인이 말하는 '상상과 추측'으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최악의 선출된 권력에 의해 사유화되고, 한 줌도 안되는 소수에 의해 농락당했다. 장·차관 인사까지 최순실에게 물어야 했던 선출 권력은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이 회수해야 한다. 광장 민주주의는 또 다른 민주주의의 형태다. 탄핵에 대비한 시민적 에너지 결집은 야당의 몫이다. 탄핵은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사법적·법리적 판단을 앞서는 것이 민의 판단이다. 그래서 역시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