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왕복 10차선의 자유로를 달려 파주시 교하읍 산남리 출판단지 앞에 다다르자 출판단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심학(악)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산세가 수려해 개성 송악산과 서울 관악·북악산, 적성 감악산과 함께 '경기 5악산'으로 손꼽히는 파주의 명산이다. 눈앞에 흐르는 한강물이 홍수로 넘치면 물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고해서 '수막산'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특히 각시붓꽃 등 희귀 자생식물과 천연기념물 324호와 323호인 수리부엉이와 황조롱이 등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파주시도 올해 마지막 날인 이달 31일 이 산에서 해넘이 축제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심학산은 개발이란 미명 아래 산허리까지 곳곳이 파헤쳐지고 나무들이 잘려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내는 등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었다.

 출판단지와 군부대를 지나 산 중턱에 오르자 나무가 잘려 나가고 흙이 파헤쳐진 채 기계음이 멈춘 공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 전자회사가 올초 9천900여㎡의 부지에 공장단지를 조성하기위해 공사를 시작했다 환경단체와 출판단지회원 184명이 편법개발과 환경파괴를 이유로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을 내고 시위를 벌이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현장을 내려와 차로 5분여를 달려가자 이번에는 심학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대단위 전원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해발 194m의 낮은 산 중턱에 빼곡히 들어선 고급 전원주택들은 언뜻 보기에도 70여채는 넘어 보였다.

 그런데도 이지역에 또다른 전원주택개발이 추진중이다.
 심학산의 남쪽 도로를 따라 돌아가자 또다시 산 허리가 심하게 파헤쳐진 곳이 나타났다. 대형 사찰이 들어서면서 산 중턱을 밀어버려 붉은 흙 절벽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또 산 동북쪽으로는 대기업이 19만평의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중으로 현재 심학산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크고 작은 개발만 모두 15건에 이르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이현숙 사무국장은 “심학산은 파주의 명산이자 경기도의 명산이고 생태계의 보고인데도 각종 개발로 신음하고 있다”면서 “더이상 개발을 방치할 수 없어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6일 파주환경운동연합과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파주시정모니터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은 심학산살리기 시민연대를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연대 공동대표 이애경씨는 “파괴되는 심학산을 더이상 방치하면 생태계 보고인 명산을 잃어 버릴 것이라는 절박감에 시민들이 나서게 됐다”며 “심학산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