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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많은 탈북 주민이 거주하는 인천시 남동구에 조성된 통일동산.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市 71%… 1800여명 거주
통일동산엔 '가족 그리움'
낯선 요리 북한식당 성업

"탈북민, 내 몫까지 뺏어"
조화부족 크고작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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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거주 탈북 주민 수가 조만간 3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을 벗어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 주민은 지난 9월 기준으로 2만7천542명이고 이 가운데 6%가 넘는 1천800여명의 주민이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고 있다. 인천 전체 탈북 주민(2천584명)의 71%를 차지하는 규모다.

남동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탈북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어 통일 이후의 한국 사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2일 오후 인천 남동구에 있는 작은 공원인 '통일동산'을 찾아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평범한 공원과 다를 것 없지만, 자세히 보면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 100여 그루의 나무들은 꼬리표를 달고 있는데, 여기에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이름과 자신의 고향이 적혀있다.

공원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는 북한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식당의 메뉴판에는 '콩고기밥(인조고기밥)', '두부밥', '쉼떡' 등 남한에서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 메뉴판에 적혀 있다. 아침 손님도 꽤 많아 오전 9시부터 장사를 시작한다는 이 식당의 남성 사장은 "북한에서 먹던 음식을 그리워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 식당에서 기술을 배운 직원이 조금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북한 식당을 열었을 정도로 북한 음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곳 사장은 "대다수의 탈북 주민들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남한 언론은 탈북 주민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위주로 보여줘 그럴 때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탈북 주민들과 남한 주민이 어울려 사는 이 일대 아파트 단지에는 서로의 이해가 부족해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단지에서 만난 한 탈북 주민은 "단지에 폐지가 널브러져 있어 주우려 했는데, 폐지를 주워 사는 다른 노인에게서 '생활비와 집까지 나라에서 신세 지고 살면서 폐지까지 뺏어가려 하느냐'며 핀잔을 들었던 경험도 있었다"며 "남한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가 같은 국민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기초단체 공무원으로 일하는 한 탈북 주민은 "형편이 어려운 남한 원주민들은 '탈북자들이 내 몫을 뺏어간다'는 정서가 있고, 실제로 이를 민원으로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 원주민과 탈북 주민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서로 어울리며 같은 주민임을 느끼게 할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탈북 주민들은 이야기했다.

2008년 딸과 함께 남한에 입국한 김신애(71·가명)씨는 "입국 초기에 탈북 주민이 겪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어울리고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며 "공공기관에서 남북한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작은 모임이나 자리들을 자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