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 양궁체험 박주남 씨1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운영 중인 '장애인체육 영재 발굴 육성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박주남 씨가 양궁 체험을 하고 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제공

군대서 지뢰사고 한쪽 다리 잃어
"더 힘든 분 많은데, 못할게 없어"
보훈재활체육센터서 첫 양궁수업
활 늦게 잡았지만 아내가 지원군


"성과를 잘 낼 수 있다면 두 아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운영 중인 '장애인체육 영재 발굴 육성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박주남(35)씨가 23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얘기다.

도장애인체육회의 '장애인체육 영재 발굴 육성 사업'의 주된 골자는 과학적인 운동 측정과 분석을 통해 장애인 체육 영재들에 적합한 종목을 찾아 새로운 스포츠 스타로 만드는 것이다. 심폐 기능, 근 기능, 체성분 등 기초 체력 측정과 다양한 종목을 체험해 참가자에게 가장 맞는 분야를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35세라는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박 씨는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전에도 출전할 수 있고 나의 실력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패럴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다면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전했다.

2003년 군복무 중이던 박 씨는 전역을 1개월 여 앞두고 발목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어린 나이다 보니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재활을 하고 사회에 나가보니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며 "스트레스도 받았고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몸은 불편 했지만 운동은 놓지 않았다. 사고가 나기 전에 농구를 좋아했다는 박 씨는 근력 운동과 배드민턴, 사회인 야구 등으로 스포츠 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그럼 그가 영재발굴 육성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박 씨는 "그동안 나보다 힘든 여건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장애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목표를 삼아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도장애인체육회가 진행하는 영재 발굴 육성 사업에 관한 정보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신청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내가 못할 것이 없다고 느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고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 비하면 '나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대중교통도 편하게 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박 씨는 "다친 이후로 지금껏 수영장을 가본 적이 없는데 수영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이번 도장애인체육회 영재 발굴 사업이 나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궁과 사격 등 정적인 운동이 본인에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설명했고, 지난 20일 수원 보훈재활체육센터에서 처음으로 2시간 동안 양궁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박 씨는 "양궁이나 사격 등 혼자 할 수 있는 종목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그곳에 계시는 코치님이 6개월∼1년 정도 차근차근 배워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일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평일에 훈련하기는 힘들지만 열심히 해서 기량을 성장시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씨가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가족들의 지원도 크게 작용했다. 박 씨는 "아내가 나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다"며 웃음을 지은 후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밀어주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어떤 종목으로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게 된다면 어린 두 아들이 나중에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업에 대해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가깝게는 2017년도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신인 선수 10명을 발굴하고 육성하고자 한다"며 "이번 사업은 올해 12월까지로 한정돼 있지만 지속적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