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학교와 달리 글 분량의 제한이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제시문은 대체로 교과 내용과 연계한 사회적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올해 모의논술에서는 『윤리와 사상』 교과에서 다뤄지고 있는 생명윤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문제1]은 전통적으로 제시문들을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는 문제입니다. 같은 입장의 문제의 제시문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차별적으로 요약했는지가 중요한 채점 기준입니다.
[문제2]는 제시된 자료 1,2,3(그래프, 통계)의 해석을 바탕으로 [문제1]에서의 입장변화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문제3]에서는 <보기>에 제시된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고, [문제1]의 입장 중 하나를 활용하여 자신의 입장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 아래 제시문과 자료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시문 1>
서양의학은 치료를 통해 환자를 단 1분이라도 더 연명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의사의 첫 번째 임무이므로 환자의 죽음은 패배로 간주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죽음을 이런 식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주를 이루어왔다. 의사와 간호사는 치료에만 신경 쓸 뿐,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말기환자들이 겪는 정신적 불안과 고통을 어떻게 해야 덜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더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가 죽는 마지막 순간가지 보살피는 교육을 받아본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삶의 질은 단지 '살아 있는 시간의 길이'라는 양적인 측면으로만 측정될 수는 없다. (…) 차가운 의료기계에 둘러싸인 채 단지 육체적으로 오래 연명하는 것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남은 인생을 덜 고통스럽게 보내면서 자기 인생을 정리하고 정신적으로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임종환자들의 가장 큰 바람일지 모른다. 말기환자의 극단적인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 삶의 마지막 과정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방식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시문 2>
인간은 이 세상의 특수한 존재이다. 다른 식물이나 동물과 같이 단지 '살아있다' 또는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인간은 이성과 자유의지를 구비한 인격을 지녔기 때문에 자기의 생존 또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유로이 자기 나름대로의 생존방법을 택할 수 있다. 즉, 의식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추구하고 고등한 정신활동을 영유하는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다른 사물 또는 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존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생명은 단지 생명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정신적, 인격적인 삶을 실현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존중되는 데 가치가 있는 것이다. 태아나 유아도 현 시점에서는 비록 의식이 덜 발달되어 있지만 장차 정신적, 인격적 삶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있고 또한 그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존중되는 것이다. 만일 그러한 가능성이 없고, 인격을 지니지 않은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에 지나지 않는 육체라면 그 외형은 지녔으나 특별한 가치가 없고 존엄을 지니지 못하였다 할 것이다. 즉, 그것은 인간의 가치를 이미 상실하였다는 것이다.
<제시문 3>
에른스트 헤켈은 사회적 다원주의를 전파하고 기독교의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한 단체인 일원주의자 동맹을 창설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이 동맹의 대다수 회원은 안락사 합법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독일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까지 이르렀던 에른스트 헤켈의 노력은 종 전체의 이득이 언제나 한 개체의 이득에 앞선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의 헤켈은 1864년, '한 개인의 독립적인 존재는 재빨리 사라지는 수증기와 같이 이 거대한 사슬의 일시적인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의 존재는 비참하고 보잘것없으며 가치 없는 것으로서, 단지 파멸을 향해 갈 뿐이다. 한 개인의 죽음은 전체를 위해 필요한 생명이 조건인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또 다른 독일의 사회적 다원주의자 역시 1889년 '한 개인의 죽음은 전체를 위해 필요한 생명의 조건'이라고 썼다. 사회 전체의 복지를 한 개인의 삶보다 더 중시하는 이 같은 관점은 헤켈과 다른 독일의 다원주의자들이 왜 우생학과 안락사법 제정을 지지했는지 설명해 준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오귀스트 포렐, 1900년 크루프상 경쟁대회 우승자 크루프 샬마이어 그리고 역사상 최초의 우생학 단체인 인종 위생 단체를 결성한 알프레드 플레츠 등은 모두 죄 없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금지한 기독교 입장에 반기를 들었다.
<제시문 4>
피임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여성을 자유롭게 하여 여성들이 가정뿐 아니라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부적합한 아이를 낳거나 부양하기 힘들 정도로 아이를 낳는 것은 곧 '사회에 대한 죄악'이며 인간으로서 자신의 이득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모한 증식'은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 개인의 생명은 '국가의 재산'이며 죽음이 다가올 때 개인은 이 재산의 소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는 아기를 돌보고 어린이들을 교육하며 구성원들을 보호한다. 이처럼 사회에 의해 주어지고 개발되며 보존되는 생명에 대한 보답으로,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공공의 번영에 충실하고 자기희생적이 될 것은 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노쇠하여 인생이 시들기 시작할 때, 고통이 우리의 육체를 무너뜨리거나 우리가 고통 받는 모습을 보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괴로움에 시달릴 때, 우리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쓸모없고 병든 자신이 더 이상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할 때, 우리는 자발적으로 고통 없이 죽게 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인생은 자기희생적 죽음을 기리는 월계관을 쓴 채 고귀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제시문 5>
스토아 철학의 '삶의 방법'은 만약 어떤 사람이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신의 존귀함을 더 지켜내지 못할 정도로 침해받고 있다면, 그에게는 바로 그 '삶의 방법'을 수호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가르친다. (…) 세네카는 인간이 가진 선택의 자유는 최소한 언제 어떻게 삶에서 벗어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음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지금 연장되고 있는 것이 삶인지 죽음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세네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육체가 그 의무를 다했을 때, 고통 받는 영혼을 육체로부터 구해내는 것은 올바른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예정된 시간이 왔을 때 영혼을 구해낼 힘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그것이 두렵다면 예정된 시간 전에 영혼을 미리 구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노년이 되더라도 나 자신의 모든 것이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단지 노년이라고 해서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년이 내 이성을 빼앗고 그것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다면, 나에게 삶이 아니라 단지 수족의 움직임만 남는다면, 나는 힘없이 금세 부서질 그 건물에서 당장 뛰쳐나올 것이다.
■1번 답안 설계
[문제 1] <제시문 1> ~ <제시문 5>는 안락사의 필요성에 관한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서로 다른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30점]
① 두 입장으로 분류하기 (100자 정도)
- 개인주의 입장에서 안락사를 정당화하는 제시문 1,2,5와 집단주의 입장에서 안락사를 정당화하는 입장으로 제시문 3,4를 분류하여 서술한다.
② 한 입장을 통합적으로 요약하기 (150자 정도)
- 세 제시문을 관통하는 개인주의, 개체주의 입장을 서술한다.
- 주체적인 입장에서 개인의 자율성, 존엄성 그리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입장을 강조한다.
③ 또 다른 한 입장을 통합적으로 요약하기 (150자 정도)
- 두 제시문에서 관통하는 공동체주의, 유기체주의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서술한다.
- 집단 전체의 행복과 번영을 중시하는 입장을 강조한다.
■2번 답안 설계
[문제 2] 아래의 <자료1>과 <자료2>는 서로 다른 두 집단에서 불치병으로 인한 생명연장치료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각 집단의 의식조사 결과들 각각이 [문제 1]의 두 입장 중 어느 입장을 지지하는지 밝히고, 이를 이용하여 <자료 3>이 보여주는 안락사에 대한 견해의 변화를 설명하시오. [30점]
<자료1> 중장년(40세 ~ 59세)

<자료2> 노인(65세 이상)

<자료3>불치병으로 인한 사망자 중 안락사 비율

①자료1,2 분석하여 결과 제시하기 (자료1,2 각 100자 정도)
- <자료1>에서 중·장년의 경우 생명연장 치료를 반대하는 이유가 '고통'과 '삶의 질'과 관련된 내용의 비중이 크므로 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자료2>인 노인집단의 경우 생명연장 치료를 반대하는 이유가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봐'가 중장년 보다는 매우 크므로 가족 집단이나 공동체를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②1문단의 결과를 [문제1]의 두 입장 중 어느 입장을 지지하는지 밝히기(150자 정도)
- 중·장년의 경우 생명연장치료를 반대하는 이유가 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1]의 첫 번째 입장과 부합한다. 반면 노인집단의 경우 [문제 1]의 두 번째 입장인 집단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안락사를 정당화하는 입장과 관련이 있다.
③<자료 3>이 보여주는 안락사에 대한 견해의 변화를 설명하기 (200자 정도)
- <자료 3>은 중·장년 집단의 안락사 비율이 과거에는 노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후 점차 증가해 최근에는 중·장년 집단의 안락사 비중이 매우 높아지는 것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회에서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유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번째 입장에서 첫 번째 입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번 답안 설계
[문제 3] 아래 <보기>의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중 오직 한 입장만 취하고, [문제 1]의 두 입장을 모두 활용하여 그 입장을 정당화하시오. [40점]
<보기>
말기암 가정 호스피스·완화의료 시범사업이 2016년도 3월부터 전국 병의원 17곳에서 실시된다. 말기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서비스의 경우 지금까지는 의료보험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호스피스 고용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부터는 말기암 환자들이 의료보험의 지원으로 사회복지사, 호스피스, 의사, 간호사까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 :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 및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도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 서비스
①1문단 : <보기>의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중 오직 한 입장만 취하기 (100자 정도)
- <보기〉의 내용은 연명치료 대신에 의료보험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선택한다.
②[문제1]의 두 입장을 모두 활용하여 그 입장을 정당화하기(각 300자 정도)
- 찬성의 경우 : [문제 1]의 첫 번째 입장과 두 번째 입장 모두에서 찬성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정책은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던 환자들에게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
더불어 이 정책의 시행으로 사회 전체적으로도 말기암 환자의 막대한 연명치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즉, 가족과 사회 전체의 부담과 비용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 반대의 경우 : [문제 1]의 첫 번째 입장과 두 번째 입장 모두에서 반대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정책은 저소득층 환자 등 일부 환자들에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또는 심지어 본인의 의사와 반하여 비용이 많이 드는 연명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와는반대의 논리로 연명치료와 안락사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달라지지 않은 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지원이 제공될 경우, 연명치료에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은 크게 줄지 않고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비용만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송기식 박문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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