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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동생이 숨졌다. 친동생 김영주가 아니고 의형제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 90세로 별세했다. 그는 1986년 김일성 초청으로 방북, 친선협력조약을 맺었고 1990년대 초까지도 매년 김일성을 비롯해 중국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당 총서기 장쩌민(江澤民), 러시아의 옐친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도 연하장을 보냈다. 사회주의 혁명가의 우의를 과시한 거다. 그런 카스트로 별세를 러시아 정부 기관지 이즈베스티야와 중국 인민일보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늘 군복과 군모 차림의 털보였던 그가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를 독립시켜준 미국을 배반, 체 게바라(Guevara)와 함께 사회주의혁명을 일으킨 건 1959년이었다. 그로부터 소련과 제휴, 미사일 기지를 구축하는 등 미국과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수십만의 쿠바인이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런 적대국 쿠바와 미국이 국교를 재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건 작년 4월이었다.

그를 저승에서 가장 반길 사람은 혁명동지 체 게바라보다는 연인이자 혁명동지로 작년 2월 먼저 간 나탈리아 레부엘타(Revuelta)일 게다. 카스트로 별세가 가장 슬플 사람은 또 누구일까. 국가원수 권좌를 물려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 말고 또 있다. 쿠바 스파이로 30년간 미국무성 비밀정보를 카스트로에게 보고하며 충성, 훈장까지 받았던 전 국무성 직원 월터 마이어스(79)일 게다. 그가 2009년 미 FBI에 체포,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종신형을 받은 건 그 이듬해 7월이었다. 그런데 그가 바로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증손이라는 거 아닌가. 마지막 사회주의 혁명가인 피델 카스트로의 전기는 11개국에서 출판됐고 '時代遊擊隊員(시대유격대원)'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인민일보 출판사에서 출판된 건 작년 11월이었다.

카스트로 죽음에 북한은 꽤나 요란했을 게다. '력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이신 김일성의 의형제인데다가 김정은의 작은할아버지 격인 사회주의 영웅이 서거하셨으니…. 조기까지 내걸었을지도 모른다. 남쪽은 어떨까. 남몰래 카스트로를 숭앙(崇仰)하고 경외(敬畏)하다못해 조문 분향소를 차리고 싶은 정치꾼들도 있을 게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