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등 국정교과서 3종의 현장 검토본을 28일 공개했다.
공개된 현장 검토본 국정교과서는 현대사 부분에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군사도발과 인권문제, 핵개발 등에 대한 서술을 강화한 것이 두드러진다.
특히, 6·25 전쟁을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서술했고, 천안함 사건도 북한의 도발로 표현했다.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고조됨에 따라 '동해' 표기와 함께 역사적 사료를 제시했고, '독도'에 대해서도 우리 영토임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학생들의 학습부담 경감을 내세워 전반적으로 분량을 줄이면서도 북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현행 교과서보다 분량을 배 이상으로 늘리고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 북한체제 비판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시점과 관련해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해 건국 시점과 관련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역사 1·2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총 3종의 국정교과서인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이 부총리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설명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중학교 역사1이 204쪽, 중학교 역사2가 182쪽, 고등학교 한국사가 315쪽 분량으로, 현행 검정교과서 평균(중학교 역사1 334쪽, 중학교 역사2 229쪽, 고등학교 한국사 400쪽)보다 전체적으로 20% 정도 분량이 줄어들었다.
현행 검정교과서의 판형이 210㎜×270㎜ 본문 1단 구성인 것을 조금 확대해 220㎜×280㎜로 가로세로 10㎜씩 크기를 키우고 본문을 2단으로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정부는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와 함께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집필진 31명의 명단도 함께 발표했다.
대표 집필자로 이미 공개됐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선사, 고대) 외에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상 근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이상 현대) 등이 포함됐다.
국정교과서는 이 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고 밝힌 것처럼 국가 정통성 부분에서 내용의 변화를 주었다.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해서는 한국사 교과서 250쪽에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8.15)'고 썼다. 현행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표현한 내용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친 것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을 1948년 8월 15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현행 교과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북한 정권 수립'으로 고쳤고, 우리 정부의 수립에 대해 '선거가 가능한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은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변화시켰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국가 정통성을 부정한 것이어서 북한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정교과서는 6·25 전쟁과 관련해서는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은 38선 전역에서 불법적으로 기습 남침하였다. 북한군은 치밀하게 준비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불과 3일만에 서울을 점령하였고 7월말에는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다'(254쪽)고 서술해 6·26 전쟁이 북한의 전면적이고 불법적인 기습 남침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소년병과 학도 의용군 등으로 나선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북한군에 맞서 싸웠다', '유엔은 즉시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등의 표현도 추가했다.
국정교과서는 또 북한 정권에 대한 내용을 대폭 강화해 북한의 세습체제와 인권문제, 대남 도발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체제와 남북한 관계'라는 별도 소단원 아래 김일성 독재 체제의 구축, 3대 세습 체제 형성, 탈북자와 인권·이산가족 문제, 북핵 위기와 북한의 대남 도발, 평화 통일의 노력 등 5개 주제를 4페이지 분량에 걸쳐 자세히 기술했다. 이는 현행 교과서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분량이다.
특히 북한의 인권 탄압, 반인륜적 통치 방식,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등을 한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서술했고, '북핵 위기와 북한의 대남 도발'이라는 별도 주제 아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영변 핵 시설 가동, 제네바 합의 파기, 탄도 미사일 개발 등 일련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 과정도 자세히 기술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해군의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아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다'라고 기술해 천안함 피격이 북한에 의한 것임을 적시했다.
국정교과서는 아울러 동해 표기 및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일본과의 분쟁에 대응해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료를 제시하고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중학교 역사2에서 '일본의 독도 편입의 불법성과 간도 협약의 문제점은 무엇일까'라는 중단원을 편성해 일본의 독도 불법편입 과정과 안용복의 역할, 사료에 나타난 독도 등을 통해 영유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고교 한국사에도 '독도와 간도'라는 중단원을 편성해 영유권의 역사적 연원과 조선국 교제시말 내탐서(1870), 기죽도약도(1877) 등 일본 측 사료까지 제시했다.
기존 검정교과서에 대부분 서술되지 않았던 '동해' 표기와 관련해서는 국정교과서에 동해 표기의 역사적 연원을 제시해 정당성을 강조하고, 국제사회 내 동해 표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정부 노력을 소개했다.
이와함께 일본강점기 강제동원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내용을 강화, 당시 일본에 의해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갔으며 이들이 감시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해결 노력도 서술해 현행 교과서의 취약점을 보충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은 국정 역사교과서 전용 웹페이지(http://historytextbook.moe.go.kr)에 전자책(e-Book) 형태로 다음달 23일까지 4주간 공개된다.
이와 관련된 의견은 휴대전화나 공공 아이핀으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제출할 수 있다. 제출된 의견은 공개되지 않는다.
접수된 의견은 국사편찬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의 검토를 거쳐 최종본 반영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본은 내년 1월 말 나올 예정이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서 새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게 할 방침이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