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섭 포천소방서장
임원섭 포천 소방서장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한껏 여미며 사무실에 들어서자 긴급 환자가 발생했다는 출동 벨이 사납게 울리며 상황이 매우 급함을 알린다.

"이른 아침부터 심근경색 환자인가?"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창밖을 내다보니 구급차는 흩날리는 은행잎을 뒤로한 채 벌써 저만큼 내달리고 있다.

전국의 119구급활동을 살펴보면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심장 질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환절기 때는 혈관의 급격한 팽창과 수축으로 인해 심장에 무리가 가기 쉽다. 이참에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기술'심장 질환자들이나 노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꼭 알아두어야 할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며칠 전 우리 포천소방서에는 아주 값지고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7월 24일 새벽 심장마비로 쓰러진 형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의용소방대원 신현일씨에 대한 '하트 세이버 인증서' 수여식이었다.

일동면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테리어 기술자인 신현일씨는 함께 사는 형 신윤한(57)씨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소방서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즉각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119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침착한 응급처치로 경이로운 기적을 만들어냈다.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고작 4~6분이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는 1천362개의 119구급대가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119구급대가 골든타임 내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는 확률은 현재 36.8%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욱이 소방관서가 원거리에 위치한 농·어촌, 산간지역의 골든타임 내 도착률이 대도시와 비교해 상당히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응급상황에서 가족이나 주변인들에 의한 적절한 처치는 환자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이 심정지 환자 등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을 하는 이유다. 만일이라도 있을지 모르는 내 가족과 이웃의 응급상황에 대비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과 심실제세동기(AED) 사용법은 물론 기도폐쇄에 대비한 '하임리히법'과 벌 쏘임 사고의 예방 및 대처법, 저혈당 혼수상태의 식별법과 당분 보충요령 등 몇 가지 응급처치법을 배워둔다면 현장에서 119, 그리고 병원으로 이어지는 '생명소생 고리(chain of survival)'의 첫 번째 바통을 무사히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소방서를 방문해 보자. 생활 속의 응급처치법 배우기는 사랑하는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한 가장 값지고 소중한 투자이며 생명사랑의 실천이다.

/임원섭 포천 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