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융수 증명사진 란20130415촬영
박융수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이젠 지겹고 짜증까지 난다. 인천과학예술영재고의 운영비 지원과 관련한 연수구청의 약속 불이행 이야기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오히려 소리치고 강변하는 모습에 측은함마저 느낀다. 공공기관 간에, 그리고 선거를 통해서 시민에게 약속한 선량의 책임인데도 죄송함마저 없다. 교육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창피하고 우리 아이들을 어찌 봐야 할지 부끄럽다. 이젠 이 참담한 상황을 끝내고 볼썽사나운 실랑이를 그만둬야 할 시점에 왔다.

인천에 유일한 영재고인 과학예술영재고는 2016년 3월에 개교했다. 인천은 이 학교를 어떻게 유치하고 개교했을까? 전국의 모든 시, 도는 영재고를 갖고 싶어 한다.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교육부는 2012년 전국에서 딱 두 개의 영재고만 설립 승인했다. 국가 정책적 사유가 분명해 보이는 세종특별자치시 외에는 인천시에만 승인했다. 그러면 인천시에는 왜 영재고를 승인해 주었을까? 여러 평가 결과가 있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청, 시청, 그리고 구청의 협력 의지와 방안이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추진하는 협력적 운영비 지원이 그것이었다. 당시 다른 기초단체도 신청하긴 했지만, 운영비의 25%를 지원하겠다는 연수구의 의지와 위 세 기관 간의 협약 체결이 인천시와 연수구에 영재고를 설립할 수 있게 한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2012년 10월 교육감, 시장, 구청장은 협약을 체결했고, 그 협약서에 기초하여 다음 달 영재고를 연수구에 지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 후 연수구청은 약속을 저버렸다. 연수구청의 약속 불이행 이유 몇 가지다. 먼저, 전 구청장이 한 약속이기 때문에 현 구청장이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연수구의 학생들에게 특별한 혜택도 없는데 왜 그 학교에 지원 하냐는 게 두 번째다. 셋째, 연수구민들은 연수구청이 영재고에 예산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한다. 넷째, 연수구청은 관내 학교에 일정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돈의 일부를 떼어 영재고에 지원하면 다른 학교가 피해를 본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들이 과연 타당할까? 선거로 새롭게 취임한 구청장도 이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물론 위법, 불법 사항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 취향이나 생각의 다름으로 인한 번복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영재고 유치를 위해 내건 운영비 지원 약속이 위법, 불법 사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운영비 부담 주체의 하나인 시청도 그 시장이 바뀌긴 했으나 협약 내용대로 정상적인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연수구에 영재고가 있어 연수구 학생들, 더 나아가 구민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없을까? 연수구 학생들의 영재고 합격자 수는 올해 대폭 늘었다. 그리고 많은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많은 부모가 자식을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가 영재고다. 구민들에게는 경제적, 환경적 효과도 엄청나다. 학생 1인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영재고의 설립 경비는 일반고 대비 8배, 총 학교 경비는 무려 18배에 달한다. 외형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학교임이 분명하다. 그 재산 가치나 세수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연수구청의 이득은 운영비 지원액의 열 배 이상이다.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까지 살핀다면 더 큰 혜택이 주어진다고 봐야 한다.

협약서까지 작성하면서 영재고 지원을 약속한 것은 연수구청이 별도의 재원에서 지원하는 것을 상정한 것이다. 이미 다른 학교들에 지원하는 예산을 빼앗아 영재고를 지원하는 것을 상상했다면 연수구청이 교육청을 바보로 여겼다는 뜻이다. 해도 너무한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교육청과 연수구청 간의 '갈등'은 실제 '갈등'이 될 수 없다. 연수구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뿐이다. 교육청은 약속을 지키라고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강제수단도 없기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약속을 지키는 게 좋고 옳은 것이니 일 년을 줄기차게 그리한 것뿐이었다. 이제 이것도 그만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희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수구청은 포기해도 우리 아이들은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박융수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