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차원서 황교수 등 '일벌백계'
과학계.서울대 공신력 실추 불가피

임화섭 홍제성 기자 =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해온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10일 최종결과 발표를 통해 황 교수팀 논문들의 조작 사실을 밝히고 황 교수 측의 '기술 재연 허용'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연루자들의 조작 개입 및 은폐 실태를 규명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서울대와 한국 과학계의 굳은 '자정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사결과에 황 교수 등 관련자들의 징계가 불가피하게 됐으며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의 향배에 따라서는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복제견(犬) 스너피의 경우 진짜로 밝혀지고 동물복제 분야에서는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 인정됨으로써 황 교수팀은 최소한의 존립 근거는 지킬 수 있게 됐다.

서울대 측의 27일 간에 걸친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수사권이 없는 상태로 실시한 서울대 자체 조사라는 한계로 인해 일부 의혹은 검찰수사로 넘어가게 될 전망이다.

서울대와 조사위원들은 그 동안 확보한 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한편 의혹해소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수사에 적극 협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규명 통한 자정노력 = 서울대가 황 교수에 우호적인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조사위를 전격 출범시켜 진상규명을 위한 강행군에 나선 것은 의혹을 그대로 뒀다가는 학교와 한국 과학계가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황 교수 사태 파문으로 서울대와 한국 과학계의 명예와 신뢰도가 실추됐고 학계 일각에서는 논문 게재에도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호소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서울대이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를 통한 관련자 징계 및 처벌만이 국가적 상처를 어느 정도나마 치유할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담을 무릅쓰고 조사위원 명단까지 공개키로 한 것은 공정하고 철저히 조사해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황 교수 재기 쉽지않을 듯 = 2004, 2005년 사이언스에 실린 인간 핵치환 배아줄기세포 연구 업적 모두가 조작으로 밝혀지고 '젓가락 기술'의 실용성도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황 교수의 재기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측의 '원천기술 보유'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위는 '독창적 신규성이나 독보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젓가락 기술'로 쥐어짜기에 의한 탈핵방법은 효율성은 높으나 이미 동물난자에는 오랫동안 사용된 기술이어서 독창적 신규성을 인정받기 어려우며, 핵이식 조건 개선을 통한 배반포 형성 기술도 독보적 기술로 인정키 어려운 데다 더 이상 키우지도 못해 현 단계에서는 실용성도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세계 유일의 복제견(犬) '스너피'를 보고한 2005년 네이처 논문의 진실성이 인정됨으로서 황 교수팀은 최악의 상황은 일단 면하게 됐다.

스너피가 '진짜 복제견'으로 인정되면서 동물난자를 이용한 핵이식 기술의 경우 황 교수팀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 '조사보고서' 파장 = 당장 사이언스 편집진이 2005년 논문의 공식 철회 절차를 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결과로 인해 2004년 논문도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서울대와 한국 생명공학계의 공신력 실추는 불가피하게 됐다.

황 교수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서울대 교수직은 물론 11일 열리는 최고과학자선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고과학자 1호' 지위를 박탈당하는 등 대내외적 직위를 대부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보고서를 근거로 검찰이 난자매매 의혹, 5만달러 제공 의혹, '바꿔치기' 의혹, 연구비 사용실태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황 교수 등 일부 핵심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그 동안 데이터 조작이나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취해 왔던 국내 학계에 미치는 충격파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논문조작이나 표절 등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선례를 남기면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홥고할 경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적지않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