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간 50여명 마라톤조사…녹취록만 40시간 이상
전문가 자문 거쳐 최종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해온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구성된 뒤 10일 최종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총 27일 간 조사활동을 진행했다.

그 동안 조사한 대상만 해도 황 교수를 비롯해 50명이 넘으며 이들을 인터뷰한 녹취록만 해도 40시간 분량이 넘는다는 기록 등은 조사의 방식과 강도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준다.

◇ 검찰.특검수사 방불 = 지난달 16일 최종 인선을 마무리한 조사위는 이틀 후인 18일 서울대 수의대에 마련된 황 교수의 연구실과 실험실을 전격 폐쇄한 채 검찰이나 특검수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속에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정명희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을 비롯한 9명의 조사위원은 수의대에 이른바 '조사캠프'를 차려 놓고 매일 오전 9~10시부터 자정 전후까지 강행군을 해왔다.

서울대 교수 7명과 다른 대학 교수 2명 등 전원이 현직 교수로 구성된 조사위는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 반납은 물론 조사기간 중 2∼3일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학생들 성적처리 등 본연의 업무를 병행하면서 조사에 매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조사위 명단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조사위원의 신분 보장 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처럼 주요 연구원들의 컴퓨터 본체를 사실상 압류하고 조작을 막기 위해 줄기세포 및 핵을 제공한 환자세포가 보관된 저온보관 용기도 봉인했다.

줄기세포 배양실에도 감시용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한 채 24시간 출입자를 감시하는 등 실험실과 연구실을 완전히 폐쇄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 27일 간 50여명 마라톤 조사 = 조사위는 우선 연구진과 인터뷰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파악하고 2005년 논문 보충자료 데이터에 대한 사진중복 여부를 가렸으며 실험노트와 데이터 등을 제출받아 논문 조작 여부를 면밀히 분석했다.

또 냉동보관 중인 줄기세포주와 배양 중인 줄기세포주 9종씩과 환자의 체세포 13종, '스너피' 관련 혈액 3종, 테라토마(기형암) 조직 3종을 확보한 뒤 DNA 핑거프린팅(지문분석)을 3개 기관에 의뢰했다.

지난달 26일 '스너피'에 대한 추가 시료 분석을 의뢰한 조사위는 2004년 논문에 나온 1번 줄기세포주와 관련, 각기 다른 곳에 보관 중이던 3개 줄기세포와 난자 및 체세포 제공 여성의 혈액 등도 추가로 분석을 의뢰했다.

핵심 연구진에 대한 면담 조사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지난달 20일 2005년 논문에 참여한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를 시작으로 21일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 문신용ㆍ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MBC 'PD수첩' 한학수 PD, 22일에는 'PD수첩' 제보자로 알려진 Y 연구원 부부 등 주요 외부인사가 빠짐없이 조사를 받았다.

조사위는 피조사자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연막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전격 귀국한 피츠버그대 소속 김선종 연구원이 언론노출을 막아달라고 보호를 요청하자 서울대는 고속도로 3곳을 번갈아 이용하며 '취재진 따돌리기'를 한 뒤 다음날 자정부터 김 연구원에 대한 밤샘 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조사한 연구진만 해도 서울대 수의대 소속 35명과 안규리 교수 등 의대 연구자 4명, 농생대 1명 등 서울대 소속 40명에다 윤현수 교수 등 한양대 소속 4명, 노성일 이사장 등 미즈메디병원 소속 3명, 피츠버그대 소속 김선종 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1명 등 총 52명에 달한다.

미국에 체류 중인 박종혁ㆍ박을순 피츠버그대 연구원은 e-메일과 전화인터뷰로 조사를 마쳐 2005년 논문 교신저자인 섀튼 교수를 제외하곤 조사위가 당초 계획했던 연구진은 모두 조사를 받은 셈이 됐다.

◇ 최종보고서 작성 = 이런 강행군 덕에 조사위는 지난달 23일 1차 중간발표에서 2005년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과 29일 이 논문에 보고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각 밝혀냈다.

조사위는 이달 들어 최종보고서 작성에 본격 착수하면서 근 한달 간의 조사결과 를 발표하기 위한 정리작업에 돌입했다.

최종보고서는 조사위원들이 주제별로 분담해 먼저 작성한 뒤 다시 모여 검토와 토론을 거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조사위는 이 과정에서 핵치환, 줄기세포, 동물복제 분야의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 등 외부전문가들의 자문을 수시로 받으며 이른바 '원천기술' 수준의 인정 범위 등을 놓고 고심하기도 했다.

결국 조사위는 10일 기자회견에서 2004년 논문도 조작됐다는 사실과 연구에 사용된 난자 수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 복제개 스너피의 진위, 황 교수팀이 보유한 기술의 수준 등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