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진
백정진 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얼마 전 교차로 앞 정지선에 멈췄던 승용차가 슬금슬금 횡단 보도를 넘은 후 청색신호로 바뀌자마자 급하게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황색신호에 멈추지 못하고 급하게 교차로를 빠져나가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음주 상태였지만, 승용차 역시 정지선 준수의무를 위반했기에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국토교통부의 '2015년 전국 교통문화 실태조사'를 보면, 정지선 준수율은 75.7%에서 76.1%로 상승하는 등 선진 교통문화를 평가하는 주요 항목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정지선 준수율이 90%가 넘는 독일과 비교하면 아직은 멀다. 물론 이러한 수치에는 보행자를 철저히 우선하는 독일인들의 기본인식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가 보이지 않는 전방신호기의 효과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겠다.

독일의 신호등은 정지선을 기준으로 6m 이내에 설치돼 정지선을 조금만 넘으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지선으로부터 10~40m 이내 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 신호등이 교차로 건너편에 설치돼 있다. 그렇다 보니 길 건너편 신호등은 주행 중인 운전자에게는 잘 보이지만, 정지선에 멈춘 차량들이 보행자가 없으면 슬금슬금 진행 할 수 있는 구조다. 경찰은 이러한 운전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전방신호기 설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호등을 머리 위에 설치하면 신호를 어떻게 보느냐"는 운전자들의 항의 때문에 전방신호기와 기존신호기를 병행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결과 운전자들은 보기 편한 길 건너 기존신호기를 우선 보면서 슬금슬금 정지선을 넘는 상황이 근절되지 않아 전방신호기 설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우리 모두 조금의 불편이 따르겠지만, 운전자 스스로 정지선을 준수할 수 있게 만드는 교통환경개선 노력이 하루 빨리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백정진 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