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유네스코협약 발효
국내엔 2014년 관련법 기틀
정부부처 정책공감대 부족
다문화 지원 등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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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이민자 등의 유입이 가속화 하며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꽃 피우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뒷받침은 더디다.

국제협약에 따라 법만 겨우 제정됐을 뿐, 중앙정부조차도 법이 정한 것을 제대로 이행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자체의 조례 제정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5월 한국 정부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2001년 '세계문화다양성 선언'을 발표했고, 이를 기반으로 2005년 문화다양성협약을 채택했다. 한국은 이 협약의 110번째 비준국가가 됐고, 2010년 7월 협약이 한국에서도 정식 발효됐다.

법은 문화다양성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국제협약이 요구하는 권리와 의무를 반영했다.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이 주변국과 세계적 문화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소득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문화 차이', '노인·장애인·청소년·여성 등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 문화와 주류문화', '농어촌과 도시 문화' 등 우리 사회에 내포해 있는 다양한 문화 갈등을 해소해 사회 통합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모두 15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유네스코 협약을 기반으로 한 '문화다양성' 및 '문화적 표현'의 정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문화다양성 증진 및 보호 기본계획 수립·시행 ▲국무총리 소속 문화다양성위원회 설치 ▲협약에 따른 유네스코 국가보고서 작성·제출 ▲문화다양성 실태조사 및 연차보고 ▲문화다양성의 날 지정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지원 등이 포함돼있다.

법은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명기하고 있다. 4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계획' 수립,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연차보고, 국무총리 산하의 '문화다양성위원회' 설치, 문화다양성 실태조사 등이다. 하지만 법 제정 2년이 지났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다양성 정책에 대해 부처별로 공감대가 없는 상황이며, 다문화·외국인 정책을 추진하는 여러 부처와도 아직 조율을 못 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은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국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의 '노력'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의 노력을 독려하고 뒷받침할 근거인 지자체의 조례 제정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라남도가 유일하다. '전라남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는 지난달 15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발효를 앞두고 있다.

전남에서 제정한 조례의 특징은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는 한편, '문화적 차별'에 대한 정의를 명기하며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 '문화다양성 터'를 설치해 계획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실태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끔 제도화했다.

이 조례 제정은 전남문화관광재단이 주도했다. 전남은 결혼이주여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 외국인뿐 아니라 귀농, 귀촌 확대에 따른 국내 이주민과 선주민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남문화관광재단 나은희 씨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다양성 사업을 더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조례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 이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정책연구를 진행해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를 통해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례 제정으로 끝이 아니라, 관련 위원회 설치, 센터 구성 등 예산을 확보, 전남도 집행부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