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퇴진을 국회 합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자 야당에선 '탄핵 회피 꼼수'라고 했고 '교란 작전'이라고 했다. '꼼수'란 주로 바둑 용어로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고 '교란(攪亂)'은 '뒤흔들어 어지럽게 함'이다. 攪가 '어지러울 교'자다. '교란'보다 더 센 말도 우리말엔 없지만 중국어엔 있다. '교혹(攪惑:쟈오후어)'과 '교해(攪害:쟈오하이)'다. 냅다 헝클어 놓아 갈피를 못 잡게 하고 훼방을 놓는 게 '교혹'이고 어지럽혀 해친다는 뜻이 '교해'다. 야당이 예거(例擧)하고 싶은 말은 '교란'보다 이런 말들이 아닐까. 그런데 박대통령은 왜 '꼼수'니 '교란 작전' 따위 말을 들어야 하고 그게 본심이 아니라면 왜 그런 오해를 사야 하는가. '여야 국회 합의는 쉽지 않을 게다. 그래, 탄핵으로 갈 테면 가 보라'는 시간 벌기가 본심일까. 그렇다면 꼼수는 꼼수다. 촛불 민심도 납득을 못해 6차, 7차 가잔다. 왜 4월이고 언제고 퇴진 시기를 확 긋지 못하는가.
외신들은 박대통령 3차 담화를 그대로 옮겼다. 뉴욕타임스는 '그녀는 사직하겠단다(She's willing to resign)'고 했고 중국 인민일보도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해 국회결정에 맡긴다(包括短縮總統任期 交由國會決定)고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박대통령 사실상 퇴진 표명'이라고 했지만 토를 달았다. 국민의 '분노를 거두지 못한다(이카리오사마라즈)'는 거다. 대통령은 왜 국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는가. 국회가 아니라 '국해(國害)'라고 하지만 '국해'답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도 국회다.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놨다. 국회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했으면 여야 합의 일정을 서둘러 '대통령은 당장 또는 언제까지 그만두시오' 하면 될 거 아닌가. 탄핵이란 그 과정도 지루하고 결코 헌재 최종 판결까지 낙관할 수만도 없지 않은가.
박근혜는 '전혀 사심은 없었다.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하면서 아직도 더 내려놓을 게 남았나 왜 당장 그만두지를 못하는가. 대통령 인격은 무너졌고 존엄도 말짱 지워져 버렸다. 촛불 민심의 '대통령' 호칭은 없어진 지 오래고 '박근혜'도 아닌 거의 욕설 수준이다. 왜 '꼼수 대통령' 소리까지 듣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