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의 집을 방문한 것은 참으로 행복한 사건이 됐습니다. 덕분에 남자는 그동안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던 의심과 그릇된 판단을 지워버릴 수 있었습니다. 의심이 시작된 이후로 그는 말못할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가에게도 말못할 고통을 주었습니다. 만약 그때 동생의 방문이 없었더라면 그는 언제까지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떤 판단에서 행동을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내린 판단을 확신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석양이 그 순간의 것이 아니라 실은 8분 전의 태양이듯, 우리가 보는 별빛이 실은 지금의 것이 아니라 수천년 전의 것이듯 말입니다.
요즘 의사들은 그릇된 판단을 막기 위해 '확실하더라도 다시 한 번 살펴보자'라는 내용의 경구를 병원 벽에 붙여 둔다고 합니다. 혹시 모를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그들의 슬로건은 우리에게도 매우 유익합니다. 우리는 제 나름의 판단으로 인해서 스스로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 주곤 합니다. 남들이 우리에 대해 신의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남이 자기를 배신했거나 증오한다고 믿어 스스로 고통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가 나서 마음이 아플 때에는 '정말 확신하는가?' 되묻고 스스로 돌이켜 자신이 판단한 내용과 그 실체를 깊이 재고해 보는 게 좋습니다. 그 판단이 그릇된 것임을 깨닫고 지울 수 있다면 평화와 행복이 다시 깃들 것이고, 주위 사람들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보월 석종연 대한불교조계종 수미정사 경인불교대학 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