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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 드골과 미테랑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이상'과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 했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현혹하는 커브나 너클볼 등 변화구를 던지지 않고 가장 정통적인 투구법인 직구로만 승부했다. 드골이 '프랑스의 영광'이라는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위대한 프랑스가 아니면 진짜 프랑스가 아니다'라는 직구를 던졌다면, 미테랑은 '프랑스 사회를 좀 더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자'는 스트라이크 존에 '보다 높은 삶의 질'이라는 직구를 던졌다. 특히 드골은 나토(NATO)를 탈퇴하고 마오쩌둥의 중국 승인에 언론이 비판하자, 이를 피하지 않고 "프랑스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다. 나는 어느 편이 아니라 바로 프랑스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둘째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번도 개인적인 축재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 미테랑은 늘 '적재적소에 배치할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내 업무의 절반'이라며 인재 등용에 힘썼다. 그렇다고 이들의 정치적인 삶이 늘 장밋빛이었던 것은 아니다. 드골은 국민투표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기도 했고, 미테랑은 혼외자녀 스캔들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 누구도 이들을 부도덕했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았고 오히려 깊은 애정을 보냈다.

셋째는 죽음을 맞으면서 보여줬던 놀라운 '절제력'이다. 드골은 고향 '코롱베'의 숲 속에 누워있는 딸의 무덤 옆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비명도 미리 만들어 두었다. '드골(1890~1970) 여기 잠들다'. 미테랑도 국민장이나 사회장 등 거창한 장례를 거부하고 가족장으로 치렀다. 이들은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고 '빈손'의 시민으로 생을 마감하는 '임기 후 대통령의 삶'을 실천하고 싶어 했다.

7년 임기를 두 번이나 채운 최장수 대통령 미테랑이 엘리제 궁을 떠날 때 소속당인 사회당이 나들이할 때 쓰라고 소형 르노자동차를 선물로 주었다. 그는 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몇 차례 신호에 걸렸지만, 불평 한 마디 없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퇴장'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이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3번의 담화를 했음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공직자는 퇴장할 때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