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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섭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 경영관리본부장
'저수하심(低首下心)' 이란 말이 있다. "머리를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향하게 하다"라는 말로 머리 숙여 진심으로 복종한다는 의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패닉상태인 가운데 얼마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 청사를 들어가면서 한 기자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모습이 TV에 비쳐졌다. 무소불위 권력으로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책임자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한 방자한(?) 행동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반성은커녕 건방진 모습의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는 늘 자기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주장을 펴면서 살아가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의 사람을 설득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의 주장만 과다하게 내세우다 보면 상대로 하여금 건방진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 심성이 건방지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월호 사태 수습을 위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던 분이 전관예우 문제로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내가 젊었을 때 너무 건방졌던 것 같다"고 고백했던 기사가 떠오른다.

1930년대 뉴딜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 지도자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에 관한 일화도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 날 루스벨트는 평소 존경하는 선배의 집을 찾았다고 한다. 집안을 들어서려는데 문이 너무 낮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는데도 그만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화가 난 루스벨트가 낮은 문을 탓하자,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비록 아프기는 하겠지만 교만하지 말고 언제나 '저수하심(低首下心)'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네. 겸양지덕(謙讓之德)의 절실함을 설파한 말이 아닌가 싶다.

오동지 설한풍(雪寒風)에도 아랫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 습관이 나에게는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건방지다는 모습으로 보일까봐서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체,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 겸양과 솔직함이 때로는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상대방이 서운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도 건방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 자신의 존재를 좀 더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양지덕을 실천하는 삶의 연속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속이나 실력도 없으면서 겉으로만 큰소리치며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의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어떻게 사는 게 바른 삶인지는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건방진 것보다는 겸손함을, 싸가지 없는 사람보다는 싸가지 있는 사람으로 뭇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김한섭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 경영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