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정체성 없는 '퇴직공무원 낙하산 자리' 전락
임원 선임, 정치권 영향 최소화 위한 제도장치 필요


김민수
김민수 경기도사회복지연대회의 기획조정위원장
우리사회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급변기에 놓여 있다. 또한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로 대변되는 뉴노멀(New Normal)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복지가 추구하는 사회통합이라는 가치추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올해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벌인 세기적 바둑 대국에서의 충격적 패배는 인공지능 기술의 진전을 온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제4차산업혁명,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경제·사회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복지현장에서는 이제 '지속가능한 복지'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는 과거 고도성장기부터 점진적으로 복지지출의 증가가 이루어져 왔다. 이와 달리 GDP대비 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시대에서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적 상황에 대응해 지방정부 차원의 복지기획력 제고의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경기도가 당면한 지역간 복지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고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의 위험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고 변화된 복지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복지 싱크탱크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경기도차원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경기복지재단이다. 경기복지재단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으로 2007년에 설립되어 도민의 복지수요 부응과 복지서비스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은 해마다 늘어가는 복지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복지 사각지대의 발생과 낮은 복지 체감도를 극복하여 모두가 잘사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 전달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한 실천적인 방법으로 공공과 민간 사회복지 현장과의 긴밀한 연계로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복지재단이 이와 같은 설립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실천경험을 가진 리더를 발굴해서 기관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고도 당연한 순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복지재단의 대표이사직은 지속적인 사회복지계의 기대와 요구를 저버린 채, 퇴직공무원의 낙하산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헌신과 사명감으로 힘겹게 사회복지 현장을 지켜온 사회복지인들의 요구를 무시한 일방적 관료행정이며 전문성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이다.

경기복지재단은 지난달 말일자로 제4대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현재 보건복지국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이 제때 선출되지 못하고 공석으로 된 상황은 경기도의 혼란스러운 현재를 반영한 결과이다.

그동안 민간 사회복지 현장 대표기구인 경기도사회복지연대회의는 재단의 대표는 전문성 및 사업의 연속성 등을 고려한 복지전문가가 임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특히 재단의 대표이사직이 퇴직공무원이 재취업하는 방식의 낙하산식 인사를 막기 위해서 임원 선임규정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음을 경기도집행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 선임에 정치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정치권의 적극적인 합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를 임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해왔다.

또한 대표이사의 성과나 노력 등에 대한 평가도 없는 상태에서 2년마다 낙하산 인사를 위해 대표가 바뀌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퇴직공무원의 낙하산인사라는 고리를 끊어내고 업무평가를 통한 연임제 시행으로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며 복지현장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기관운영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재단대표 인사의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 경기도집행부는 전임대표의 업무평가부터 제대로 시행한 후 신규로 임용될 대표의 위상을 확보해 기관발전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경기복지재단 대표임용 인사정책으로 경기도 복지미래의 희망을 열어주길 바란다.

/김민수 경기도사회복지연대회의 기획조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