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새벽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점포 40여개가 불에 타는 등 지붕이 무너져내린 성남 중앙시장 화재현장에서 감식반원들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엎친데 덮친 화마(火魔)였다.
16일 새벽 성남 중앙시장 3분의1을 잿더미로 만든 화재는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인들의 한가닥 희망까지 잔인하게 태워버렸다. 특히 화재 원인이 방화로 추정되면서 최근 잇따르는 재래시장 화재에 대한 걱정과 공포가 수원 등 다른 지역의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설대목 망쳤다=설을 10여일 앞두고 발생한 화재에 중앙시장 상인들은 한마디로 넋이 나간 상태다. 가게들마다 대부분 설빔용 옷감과 제수용품이 가득 쌓여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컸을뿐 아니라 설 대목을 완전히 망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게가 5평 안팎에 불과하고 보험사들이 보험가입마저 꺼리는 곳이라 제대로 된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성남시 소유의 '라'동 건물의 경우 대인 1억원, 대물 5천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개인소유의 '가·나·다'동 건물내 점포들은 개인보험외에는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 점포뿐 아니라 화재의 여파로 손님이 끊기면서 나머지 100여개 점포와 노점상들까지 당장 생계를 걱정할 형편에 놓였다.
중앙시장(라·마동) 상인회 신인섭 회장은 “아직 자세한 조사를 하지 못해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수 없으나 100여개 점포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동 상인들과 대책기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불이 난 중앙시장은 지난 1971년 태평3동 시유지 1천3평에 건축된 목조 및 경량철골 슬레이트 구조의 재래식 건물로 연면적 877평 규모의 5개동에 173개 점포가 들어있다. 이날 불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에 취약한 의류점포가 많은데다 시장 통로에 노점상들의 이불과 옷가지가 가득차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재래시장은 물론 리모델링 등 현대화공사를 거친 시장들도 비슷하다.

수원 영동시장의 경우 지난 2001년 리모델링으로 소방시설을 대폭 확충했지만 여전히 화재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상인들은 돔 형태의 상가 천장때문에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할 경우 대형 참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영동시장 김응권 사장은 “예산의 50%를 화재 예방에 쓰고 있다”며 “그러나 주변의 다른 시장에서 불이 나면 중간의 영동시장으로 번질수 있다”고 말했다.

●불황에 불까지='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는 아직까지 먼나라 얘기다. 오히려 설이 다가올수록 더욱 손님이 떨어지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수원의 한 재래시장에서 Y혼수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38·여)씨는 “설 대목이 가까워지지만 오히려 매출은 줄어든 상태”라며 “도로변 가게는 그나마 낫지만 골목 상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구 서문시장에 이어 성남 중앙시장에서도 잇따라 방화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자 “이제 장사를 접어야 되나?”라는 걱정스런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N한복점 김모(44·여)씨는 “각 매장에는 화재 예방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밤에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며 “가게마다 요즘 들여놓은 물건이 많아 담뱃불이라도 붙으면 끝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