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국회나 헌법재판소 보다
국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해야
제왕적 대통령 폐해와
국회의원 특권적 전횡 막고
헌법기관 불신 해소 위해선
대상 역시 해당자들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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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탄핵 열차'. 한치 앞이 어둠이다. 그러나 12월 9일이 되면 그 어둠 속에서도 어떤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대통령의 자진사퇴 절차로 갈지. 탄핵으로 직진할지. 더 거센 국민들의 촛불 앞에 정치권이 궤멸할지. 숱하게 난무하던 시나리오들이 일부나마 정리되게 된다.

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를 방문했다. 본래의 목적은 '헌법논총'에 투고한 우수논문에 대한 포상과 격려를 받는 자리였다. 예정된 헌법재판소장과의 대화에 이어 재판관과의 오찬으로 이어졌다. 방문 목적 때문일까. 아니면 폭풍전야를 앞둔 헌재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일까. 참석한 교수들도 탄핵과 관련한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재의 헌정위기 상황과 탄핵의 중요성을 잘 아는지라 재판관에게 직접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재판관은 제 5기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사건들을 처리했으며, 세계적으로 그 위상이 높다는 설명으로 대신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한국의 헌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재판관 임기 중 거의 접하기 어려운 정당해산 심판은 물론 탄핵 심판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냐. 자진사퇴냐. 광장의 불길은 커져가고,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론이 나든지 대선을 둘러싼 격렬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정당이나 세력 사이에 분열과 이합집산 역시 과거의 경험을 능가할 것이다. 그 적나라한 이해관계는 권력구조의 재편 필요성과 개헌으로 포장될 것이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면 정치권의 정치적 책임과는 별도로 개헌논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개헌논쟁은 특검으로 향할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에도 좋은 이슈다. 탄핵이 진행되게 되면 헌재로 향한 국민적 관심을 대선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도 작동할 것이다.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잠룡들에게도 권력구조 개편은 세력 재편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그러한 개헌이 성공할 것인가. 과연 대선 전까지 개헌이 마무리 될 것인가 하는 점은 별개다.

일부의 주장처럼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직접민주주의를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국민소환제가 그 해답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헌법기관의 장도 국민소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 지방자치법 제 20조에서는 특별시장과 시도지사, 시도의원과 구청장 등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도 시행 중이다. 왜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들이 파면을 하면 안되는가.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조례 개폐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왜 국회의원만이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가. 국민들이 원하는 법률을 투표에 의해 제정할 수는 없는가.

계속되는 촛불과 격한 함성을 보면서 생각한다. 광장의 함성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면 여의도를 포위하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헌재를 다시 포위하고, 대법원에 탄핵권한을 넘기자고 할 것인가. 과연 임명된 헌재 재판관이 선출된 권력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가. 왜 정치적 책임조차 지지 않는 9명의 재판관에게 헌법의 운명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가.

국민 주권은 자신의 판단과 책임을 그 바탕으로 있다. 대의제보다 직접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이유이다. 향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나 헌법재판소보다 헌법의 최후 수호자인 국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개헌을 하게 된다면 권력구조의 개편이나 대통령 중임제보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규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국민소환권과 국민발안권을 국민들이 갖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과 헌법기관으로 탄핵의 대상 역시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와 국회의원의 특권적 전횡을 막고, 헌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광장의 촛불과 민심이 과연 무엇을 요구하는지 직시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