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민선 6기 인천 연수구청장이 된 이후 지금까지 구정 전반에 걸쳐 구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것을 바로잡아 정상화하기 위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운영비 분담 문제 또한 바로잡아야 할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2012년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에서 교육부의 공모신청을 통해 유치됐다. 문제는 인천시가 그해 10월 공모기한 마감이 임박해 영재학교 운영을 위한 재정적 부담으로 연수구에 학교 운영비의 25%를 지원 요청했고, 당시 불가피하게 서둘러 이에 대한 협약(MOU)이 체결된 것이다.
인천시교육청과 과학예술영재학교 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운영비 분담 문제에 대해 '전임 구청장의 약속 파기', '도서관엔 책이 없고, 운동장엔 골대도 없어', '학교운영 파행으로 학생들만 피해' 등 영재학교 개교 이전부터 최근까지 끊임없이 여론몰이만 일삼아 왔다.
급기야는 최근 인천시교육청 최고위직 인사가 나서 언론 기고를 통해 영재학교 운영비 분담 논의를 "구청장 개인적 취향이나 생각의 다름으로 인한 번복"이라며 사실을 호도하고, 민선 자치단체장의 정책결정 방향을 헐뜯었다. 이것이 과연 인구 300만명의 광역시 부교육감의 언사란 말인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현재 연수구에 위치한 초·중·고 57개교에 연간 약 20억원의 교육경비가 지원되고 있다. 이를 평균적으로 나누면 학교 한 곳에 3천500여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한 해 운영비는 30억 원이며, 연수구에 7억5천만원의 운영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1개 학교에 지원되는 교육경비의 20배를 넘는 규모이며, 연수구 관내 초·중·고교에 지원되는 전체 교육경비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예산이다.
인천과학영재예술학교 운영비 분담의 가장 큰 논란은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이고, 영재학교가 소재하는 전국 6대 광역시 중 어느 곳도 기초자치단체에 운영비 분담을 요구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연수구가 MOU 체결 당시부터 불합리한 협약에 대해 계속해서 건의한 사항으로 만약 연수구가 재정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면, 연수구 학생들에 대한 쿼터 입학제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연수구의 이 같은 제안을 번번이 무시했다. 시교육청은 오히려 최근 공문을 통해 '기존 MOU 협약 변경 제안은 약속 파기의 선언이며 협약 불이행에 따른 모든 행정적 책임소재는 연수구에 있다. 이에 따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언론과 시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사정에도 연수구는 시교육청 실무진과 논의해 영재학교 운영비 분담 문제에 대해 구두상으로는 최종적 합의까지 도출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시점에 '기이한 연수구청'이라는 언론 기고를 접하면서, 시교육청 내부의 심각한 소통 부재 아니면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려고 작정한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인천지역 중·고교의 학력이 2년 연속 하락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인천지역 중·고교 학생들의 학력수준과 인천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행정가 수준이 이 지경인데, 누굴 탓하겠는가? 정말 학부모와 우리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운영비 분담 문제는 연수구가 바로잡아야 할 비정상인 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시교육청이 스스로 "이젠 지겹고 짜증 나서 그만해야겠다"고 하니, 연수구의 커다란 고민거리를 하나 해결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부디 인천 교육의 정상화와 아이들의 학력수준 향상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이재호 인천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