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는 이러한 경제적 효율성 이외에도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31만여 평의 인공갈대습지공원은 국내에서 순천만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그 질 또한 양호하다.
뿐만 아니라 텃새, 철새가 있고 산토끼, 고라니가 살고 있다. 사마귀는 갈대를 오르내리며 잎을 갈가먹고 습지에는 풍뎅이가 물 위를, 바닷게가 펄을 헤집고 다닌다. 이렇듯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공룡화석 출토지도 있다.
그런 자연을 품고 있는 시화호는 수도권 주민의 미래를 품은 곳으로 중심에는 방조제를 가로 지르는 차도가 있는데 아쉬운 것은 그런 아름다운 곳이 쓰레기로, 낚시행위로, 상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환경오염행위를 막기 위해 곳곳에 안내표시판을 세워 놓았지만 문제는 경고문을 설치한 주변에서 금지행위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취사행위 흔적이며 사람들이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낚시를 하고 있다. 게다가 라면, 음료수를 파는 상행위까지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널려져 있는 쓰레기더미는 흉물화와 악취 등으로 인해 아름다운 호수의 경관을 헤치고 있다.
그런데도 시화호 관리자인 한국수자원공사와 국가로부터 환경관련 인허가, 지도단속, 청소업무 등 적지 않은 업무를 위임받아 집행하는 안산시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안타깝다.
시화호 일대는 자연경관 뿐만 아니라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유적 또한 적지 않다. 일제 말 우리 민족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운영된 선감도감화원, 1919년 3월 30일 주민 2천여 명이 모여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던 수암동 비석거리, 화가 단원 김홍도, 성리학의 대가 성호 이익, 청나라 사신 한응인, 서화가 강희맹,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 등 많은 역사흔적이 함께 숨 쉬고 있다.
한반도 서해 해안선과 갯벌, 풍도의 희귀야생화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뿔 공룡화석 출토지, 그 외에도 구봉도 해솔 길과 낙조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있다. 당국은 그런 시화호 주변을 녹색 해양관광지, 문화공간으로 육성 발전시켜 이탈리아의 나폴리처럼 '관광 요새화'를 할 필요가 있다. 시화호를 수도권 시민은 물론 전 국민, 더 나아가 세계인이 인정하고 찾아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그렇게 '자연쉼터 명소'가 됐으면 좋겠다.
/한정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