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400m 결승서 3분34초59
개인기록 경신에 시즌 랭킹 1위
350m 구간서 막판 스퍼트 빛나
'마린보이' 박태환(27·인천시청)이 갖은 역경을 딛고 완벽하게 일어섰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녀를 통틀어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박태환은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로 알렉산드로 크라스니크(러시아·3분35초30)와 페테르 베르네크(헝가리·3분37초65)를 제치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로써 박태환은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은메달 2개(400m와 1천500m)를 수확한 이후 10년 만에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첫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프랑스의 야닉 아넬이 2012년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세계 기록(3분32초2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7년 11월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 베를린 대회에서 우승할 때 작성한 자신의 최고 기록(3분36초68)은 여유있게 갈아치웠다. 이날 박태환의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해당한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박태환으로서는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제 길을 걸으며 부활을 알린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2014년 9월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뒤 올해 3월 FINA 징계에서 풀렸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으로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결국 리우올림픽 개막 한 달 전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박태환은 훈련량 부족과 정신적 충격에 흔들리며 자유형 400m와 200m에 이어 100m에서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자유형 1천500m는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태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모두 대회신기록으로 우승했고,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4관왕을 달성하며 전성기 때의 경기력이 올라왔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FINA 징계에서 풀린 3월 이후 8개월 가까이 강행군을 이어 온 결과였다. 박태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 더욱 집중했다. 그 결과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규격 50m의 절반인 25m 길이의 경기장에서 2년마다 치르는 대회다. 25m마다 턴을 하다 보니 탄력을 더 받을 수 있고 물의 저항을 덜받는 잠영 구간이 길어 일반적으로 롱코스보다는 기록이 좋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100m·200m·400m·1천500m 등 네 종목에 출전 신청서를 냈으며 8일 자유형 200m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