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서도 정도전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조선을 반석 위에 올리고자 정치적 역경과 갖은 고뇌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담은 '조선경국전'을 찬술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고려 말의 암울함을 떨쳐버리고 백성과 함께 새롭게 일어서려는 의지를 천심에 담아 '조선경국전'을 저술하였던 것이다. 이 법전은 개인 저술이지만 조선왕조의 건국이념을 정리, 제시한 국가운영의 실질적인 설계도라 할 수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 실물이 국내 유일본으로 수원화성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수원화성박물관 소장본 '조선경국전'은 1책으로 모두 79장이며, 목판본이다.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조선경국전'은 2014년 5월 KBS의 대표 인기 프로그램인 'TV쇼 진품명품'에도 출품되어 그동안 출품된 고문헌 중에서 가장 높은 감정평가액인 10억원을 감정받아 장안의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수원화성박물관에서는 한 해 앞선 2013년에 이미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신청을 하였는데, 다음 해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소개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학술적인 가치를 규명하고자 2014년 12월 역사, 서지, 법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삼봉 정도전과 조선경국전'이란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조선 최고 법전으로서 '조선경국전'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문화재청의 몇 차례 실사를 거친 후 수원화성박물관 소장 '조선경국전'은 드디어 지난 11월 16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24호로 최종 확정됐다. 이 책이 토대가 되어 '경제육전(經濟六典)'(1397, 1412년)은 물론 '육전등록(六典謄錄)'(1426년) 등이 만들어지고 최종적으로 조선의 기본 법전이자 국가운영서인 '경국대전(經國大典)'(1485년)이 편찬됐다. 따라서 조선 법전의 모체가 된 서책이라는 평가와 조선 전기의 간본으로는 이 책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이후 조선후기 개혁정치를 꿈꾼 정조대왕은 조선의 건국이념과 국가체재를 정비한 '조선경국전'을 연구하며 새로운 체재 정비에 나섰다. 이것이 바로 1785년 편찬된 '대전통편(大典通編)'이다. 정도전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조선경국전'에 담겨있듯 정조대왕의 개혁 의지가 담긴 국정운영의 요체가 '대전통편'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수원화성박물관은 '조선경국전'을 수집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조선경국전'은 향후 수원시에서 유일하게 국보로 승격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유물이어서 수원 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래헌 수원시 박물관사업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