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세차례 고쳐 6억 증액
증빙서류 업체 견적서 한장
의견서 보고 절차도 안지켜
초스피드 준공허가에 '의혹'


인천 중구가 '누들 테마거리 조성공사'를 추진하며 잦은 설계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인천 중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신포동과 북성동 일대 450m 길이의 상징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누들 테마거리 조성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구는 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관광홍보용 조형물 지도와 담장벽화 등을 추가하는등 2개월여 동안 3차례에 걸쳐 설계변경을 진행, 6억4천만원의 불필요한 예산을 증액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변경 과정에서 예산이 늘었지만 증빙서류는 하청업체의 견적서 한 장이 전부였다. 관련법에서는 설계변경이 필요한 경우 설계변경사유서와 설계변경도면, 공사비 증감내역 등의 서류를 첨부해 검토의견서를 보고하게 돼 있지만, 이 같은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특히 구는 지난 3월 22일에 2번째 설계를 변경한 지 일주일 만인 29일 3번째 설계변경을 했고, 5일 만인 4월 4일 공사를 준공하는 등 허술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담당 공무원들의 관리감독이 소홀해짐에 따라 공사비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애초 스테인리스로 공사할 계획이었던 조형물을 아연도강판으로 교체해 공사비가 ㎡당 1천112원에서 22만5천700원으로 크게 증액됐다. 통상적으로 아연도강판은 1천200원대에 거래되기 때문에 시공비를 고려하더라도 공사비가 부풀려진 셈이다.

이와 함께 국산 석재(포천석)를 중국산 석재(석도홍)로 바꾸면서 ㎏당 11만원으로 가격을 측정해 3천600여만원의 공사비가 증가했다. 석도홍은 ㎏당 4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한 공사비가 증액됐지만, 담당 공무원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또한 구는 조형물공사 수행능력이 없는 종합건설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했고, 하청업체와 공사비의 절반이 넘는 9억1천여만원의 도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업체도 조형물공사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업체여서 결국 3차례의 재도급 계약을 통해 다른 업체가 공사를 시행했다.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중구의회 A의원은 "재도급 과정을 거치면서 공사의 질이 떨어지고, 예산이 낭비됐을 뿐만 아니라 설계변경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며 "구에서는 잘못 지출된 예산에 대해 환수 조치하고,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