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이 두 동강도 아니고 세 토막으로 쪼개질 판이다. 남경필 등 탈당파들이 창당을 선언했고 친박과 비박도 갈라서기 직전이다. 새누리당은 당명부터 글러먹었으니 바꿔야 한다고 필자가 국회 '憲政'지 2013년 2월호에 상세히 설명한 바 있지만 새누리의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고어(古語)다. '누리'라는 말의 용례는 훈몽자회(訓蒙字會), 악학궤범(樂學軌範) 등 고문헌에 나온다. '누리'의 준말은 '뉘'다. '새누리당' '새뉘당'은 '새 옛날 세상 당'이라는 뜻이다. '새 옛 세상 당'이라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망발인가. 그런데도 2012년 8월 창당 때 당명이 아직도 그대로다. 문제는 또 있다. 중국과 일본 언론은 새누리당 보도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다. '새누리'의 한자 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선 '새누리당'을 執政黨(집정당) 아니면 '新世界黨' 또는 '新國家黨'으로 불렀고 일본에서도 '새누리'를 '세누리(セヌリ'로 표기하고 있다.
새누리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일본과 중국에선 표기 불가다. 그래서 일본에선 '韓ナラ黨', 중국에선 '大國家黨'이라고 했다가 '大'자가 내키지 않았던지 '一國家黨'으로 표기했었다. 더불어당도 일본에선 '도부로民主黨' 또는 '共に(토모니)民主黨'으로 표기하고 중국에선 '共同民主黨'이라 부른다. 한·중·일 아시아시대다.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이왕이면 이웃나라에도 통하는 당명이 어떨지, 그런 당명을 지은 천재적 두뇌들에게 묻고 싶다. 어쨌거나 새누리당이 둘로, 셋으로 쪼개져도 친박계는 '새 옛날 세상 당'을 끝까지 끌어안고 놓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순실 사태만 해도 특히 친박계는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러날 줄 모르는 당 대표의 경박한 말투도 문제다. '탄핵이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다가 벌 떼 같은 네티즌의 조롱거리가 되다니!
그런데 참 별나다. 더불어당은 야당이 아닌 '여당(與黨)'이라는 뜻이다. 그 역시 망발 중 망발이지만 아무튼 여당으로 변신한 듯, 새 옛 세상(새누리)을 통째로 접수한 듯 기세가 등등하고 기고만장이다. '국가 대청소'를 하자는 게 문재인이다. 어떻게? 그 또한 북쪽에 여쭤보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