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2월, 이 겨울이 너무나 캄캄하다. 마치 길고 긴 터널 속에 처절한 음률의 레퀴엠(위령곡 진혼곡 장송곡)이 울려 퍼지듯 암울하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마지막 미완성 레퀴엠에다가 베토벤의 제3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이 한꺼번에 울리는 듯싶다. 침체된 경제 위기와 절망적 시국으로 연말 모임들까지 취소한다는 뉴스고 빚만 떠안은 채 문 닫는 숱한 자영업, 기업 구조조정으로 한창 나이에 퇴직 위기에 몰린 직장인들에다가 청년 취업률은 6년 만에 최저라고 했다. 침체된 경기는 1997년 IMF 구제금융 구걸 때보다도 더하지만 차마 문을 닫지 못하는 자영업자들하며…. 살기도 어려운데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덮친 농촌, 거제도 등 문 닫는 조선소 인근의 폐가들, 무려 800여개 점포가 불탄 대구 서문시장 등 온통 절망적 뉴스다. 그러니 연말 사랑의 온도 탑도 올라갈 리 없다.
게다가 출산율은 1925년 통계 시작 후 최저라고 했다. 이른바 인구절벽 끝에 5천만명이 서 있는 거다. 이 캄캄한 12월, 활력이라고는 촛불 시위 함성뿐이다. 11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ABC 뉴스의 데이비드 무어(Muir) 앵커가 한국의 7차 촛불 시위를 보도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토록 외치던 대통령 탄핵이 성취됐는데도 여전한 촛불 시위를 납득할 수 없다는 거다. 그는 덧붙였다.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란다'고. 또 하나 신기한 건 그 많은 촛불 인구의 신명이다. 저들은 이 암울한 12월 절망과는 전혀 무관한 별천지 인종이란 말인가. 생계 걱정과는 전혀 무관하게 활력 뻗치는 무리는 또 있다. '그래그래 잘한다! 옳지!'해가며 촛불에만 고무돼 있는 야 3당이다. 대관절 이 캄캄한 12월, 재벌 총수들은 왜 또 청문회에 불러내고 방송사 사장들까지 증인석에 앉히겠다는 건가.
제 허물이 뭔지도 모른 채 '피눈물 타령'이나 하고 앉아 있는 박근혜도 한심하지만 박+최 정권 가신(家臣) 폐족(廢族)들로 낯 뜨겁다는 게 어떻게 뜨거운지도 모르고 콧잔등 터지도록 갈라서기 쌈질만 해대는 꼬락서니는 또 어떤가. 저 함포고복(含哺鼓腹) 배부른 자들의 혼 구멍 좀 확 내주는 묘수는 없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