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웃 농촌의 외국인】(2) 불법체류자의 천국
“불법이니까 외국인들 들이면 안된다고요? 그러면 비닐하우스 10개동에 있는 자식같은 버섯들 다 죽이라는 것입니다.”
8년째 수원 근교에서 양송이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이문재(가명·47)씨는 2년 가까이 함께 일한 중국인근로자 4명의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송이 재배는 일이 까다로워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데 지난 2년간 힘들여 숙련시킨 외국인 근로자들이 나가면 당장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씨의 마음은 불법체류자가 돼버린 중국인 근로자들보다도 속이 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금 농촌의 현실은 대부분 이씨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공식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아들일 창구도 부족할 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아들이려면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농촌에 외국인근로자가 들어올수 있는 합법적 경로는 '외국인 농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 농축산업분야로 들어오는 방법 뿐이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한이 3년으로 제한돼 있어 일이 익숙하거나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또 열악한 농촌에서는 오히려 비용면에 있어 불법체류자를 쓰는 것이 외국인 농업연수생을 쓰는 것보다 20~3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정석'이 돼있다.
평택에서 시설채소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업인은 “농업연수생의 경우 데려올때 60만원씩 내고 여기에 매년 최저임금(74만원)을 보장해줘야하고 숙식제공은 기본이고 4대보험까지 가입해야하니 부담이 적지 않다”며 “여기에 최근에는 은근히 중앙회측에서 간식비용으로 10만원씩을 더 얹어 주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연수생 한명을 두자면 한달에 120만원을 훌쩍 넘겨야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지금 농촌은 불법 외국인 근로자들의 '천국'이다. 농촌내 외국인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인 집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외국인 농업연수생'제도로 들어온 370여명 정도와 고용허가제로 농축산업분야에 들어온 120여명만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다. 이러한 공식루트외에 브로커 등 비공식적 방법으로 농촌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들은 전혀 파악할 길이 없어서 사실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설원예를 운영하는 김모(48·화성시)씨는 “공장처럼 체계적인 인력관리가 이뤄진다면 농업연수생을 쓰겠지만 막상 한꺼번에 출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이것저것 따질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보통 10만~20만원을 주고 인력중개인을 거쳐 외국인을 고용하는데 2~3일이면 인력이 조달되기 때문에 한국인을 찾아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의 송출을 담당하는 Y사 관계자는 “수천만원씩 브로커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에 왔는데 3년 일해서는 빚갚기도 빠듯한 이들이 많다”며 “대부분 3년을 넘겨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남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경우 빨리 일하기를 원하고 농촌은 일손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수도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업체만 최소한 100여곳에 달할 것”이라며 “요즘 농촌의 외국인들은 이직 빈도가 더 높아져 브로커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브로커이외에도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단속을 피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시설채소를 기르는 박모(50·평택시) 씨는 “갑자기 외국인들이 일하겠다고 여기저기 밀려올때가 있다”며 “이런 경우 대부분 안산, 용인, 성남, 남양주 등에서 공장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인데, 이런 경로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대부분 조용해지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이같은 경로를 통해 도시에서 들어온 불법체류자들은 통상 합법적 경로인 농업연수생의 7~8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럴경우 도내 농촌지역의 외국인 근로자는 최소한 2천~3천여명을 넘는다는 계산이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고기복 대표는 “이들은 항상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보호나 사회적 보호를 받기 힘들다”며 “도시 외국인근로자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 농촌내 외국인근로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취재반
[낯선 이웃 농촌의 외국인·2] 불법체류자 집계조차 안돼
입력 200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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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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