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자체적 경계 안늦추는 자세 중요
발생하자마자 '심각' 수준 대책 필요


수의사협회 회장 인터뷰7
경기도수의사회 이성식(66·사진) 회장은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발병 정도에 따라 방역 수준을 상향하도록 한 방역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지침은 주변국에 AI가 발생하면 관심 단계를 발효하고 철새 이동·국내 발생·여러 지역 발생 등 각각의 상황이 터지면 방역 수준을 높이는 구조다. 이같은 상향식 방역태세는 AI가 발생, 전파된 뒤에야 방역을 강화하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장, 경기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 일문일답.

-이번 AI 사태의 특징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과거 AI가 오리나 육계 농가를 중심으로 번졌다면 이번에는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가 위주다. 오리·육계농가는 수십 일동안 자란 가축을 반출할 때 정도만 외부차량이 출입하지만, 회전이 빠른 산란계 농가는 하루에도 몇 차례 외부 차량이 다녀가기 때문에 방역에 취약하다. 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밀집사육을 하는 양계농가의 특성이 겹쳐 피해가 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축산농가 스스로 의식구조를 개선하는 방법 밖에 없다. 농가 자체적으로 소독시설과 방역시설을 갖추고 먼 타지에서 AI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 농가 스스로가 방역을 책임지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효력이 떨어지는 소독약, 뒤늦은 방역대책 등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방역 시스템을 재구성하지 않고는 반복되는 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하나.

"우리 방역 시스템은 거꾸로 만들어져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상황별 긴급조치사항'을 보면 낮은 단계의 방역에서 발병 상황에 따라 높은 수준의 방역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감염 의심 가축이 발생했을 때 발효되는 '주의' 단계의 경우, 발생농장에 이동제한을 걸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초동대응팀을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AI가 발생해 최고 방역 단계인 '심각'이 발효되면 전국에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긴급 백신접종을 검토한다. 이 순서가 뒤바뀌었다. 한 지역에서 발생하자마자 '심각' 단계 수준의 대책을 시행하고, AI가 확산되지 않으면 심각→경계→주의→관심으로 위기경보를 하향해야 한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가축 전염병이다. 일본은 가축 전염병이 발병하면 총리가 직접 나서 초동 대응을 하지 않나. 발생 초기부터 모든 방역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