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발판 곳곳 분변
상차 과정 방역복 미착용
농장·당국, 결국은 비용탓
영남지역 '심각' 단계 상향
15일 오후 화성시 향남읍의 거점소독시설. 달걀을 싣는 컨테이너를 탑재한 5t규모의 달걀운반 차량이 U자형 소독시설을 통과했지만, 양쪽에서 뿜어져 나온 소독약품은 바퀴와 차량 측면을 적셨을 뿐 컨테이너 안쪽에 대한 소독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컨테이너 안에는 종이소재로 만들어져 달걀을 담을 수 있는 난좌 수십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일부 난좌는 수차례 사용한 듯 떼가 꼈고, 난좌 아래 플라스틱 소재 발판에는 곳곳에 닭 분변으로 추정되는 거뭇한 얼룩도 보였다.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AI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으로 꼽히는 달걀운반 차량에 대한 방역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달걀운반 차량은 모두 1천398대다. 5t 달걀운반 차량은 50만수 이상을 사육하는 대규모 산란계 농가를 하루 6차례 이상, 20만수 규모의 산란계 농장은 하루 2차례 이상 방문하게 된다.
달걀 상차과정에서 방역복을 미착용하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차량이 농장 내로 직접 진입하는 방식으로 운반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농장 간 '수평전파' 양상을 보이는 이번 AI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비위생적인 달걀운반 차량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농림부가 지난달 AI 발생 이후, 오리 농장 12곳을 자체 조사한 결과 재사용 플라스틱 난좌를 쓰는 농장이 절반(6곳)에 달했다.
재사용 플라스틱 난좌를 이용할 경우 부화장과 상차장을 오가는 작업 특성상 바이러스가 교차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조사 당시 12곳 모두 농장의 종사자들이 오리 관리, 달걀 수거·운반 업무를 병행하고 각각 업무마다 별도의 소독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비용문제로 달걀운반 차량에 대한 방역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달걀운반 차량에 쓰이는 종이난좌나 합판을 매번 소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소독약품을 뿌릴 수 있는 플라스틱 난좌로 교체하는 것은 비용부담이 커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는 이날 영남지역(부산 기장군)에서 처음으로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AI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심각' 단계가 발효되면 전국에 통제초소와 소독장소가 설치되며 긴급 백신접종을 검토하게 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현장르포]방역 사각지대 놓인 알 운반 車
차량 겉치레 소독·재사용 난좌 오염… 비위생이 부른 참극
입력 2016-12-15 22:37
수정 2016-12-1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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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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