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긴축 우려...코스피 하락세
코스피 상승세 주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15일 오전 코스피가 사흘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코스피, 환율 그래프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곧 안올라도 동반상승 시간문제"
규제 맞물려 부동산 시장 침체땐
취약층 주택담보대출 부담 가중
유동성 고갈 중기 경영난 우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한국 금리에 영향을 미쳐 가계부채 증가, 경기침체, 집값하락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15일 연준의 인상 결정이 국내 시장에 충분히 선 반영된 상태여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국내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린 상태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산업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일단 금리결정은 국내 부동산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국내 금리인상 시기와 인상폭 등이 관건이지만 미국금리가 인상된 만큼 국내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미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대출규제를 대거 강화한 상태에서 금리부담까지 커지면 주택 구매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 등 부동산규제와 대출규제·금리인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이후 입주물량 증가로 집값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집값하락은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

이미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미 금리인상에 따라 금융시장을 위협할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환능력이 있는 소득 4∼5분위(상위 40%) 가구가 가계부채의 70%를 부담하고 있고,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2배 많은 수준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약한 고리'인 고령층·영세 자영업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 대출은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 상승은 원리금 상환부담을 주며 취약계층의 집단적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금리인상 결정전,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을 위해 내년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42.5%에서 45%로, 분할상환 비중을 50%에서 55%로 각각 상향 조정한 상태나 불안감은 여전해 보인다.

중소기업계 역시 미국 금리인상 직후 우려감을 표시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에서 "국내 유입되던 풍부한 유동성이 급격하게 고갈돼 기업부문에서는 투자위축, 가계부문에서는 부채상환 부담의 증가로 소비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시중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중소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늘어나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영세 중소기업은 신용경색이나 재무구조 악화 등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는 "달러화 강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하락과 자본유출로 중국·중남미 등의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신흥국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각국의 실물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업종별로 석유화학·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 최근 유가상승과 신흥국 경기회복의 덕을 본 업종이 금리 인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가능성이 시장에 이미 충분히 선반영돼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대이동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중동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를 회복시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화·신선미기자 j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