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한준 예결위원장
송한준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정상적'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현 시국에서, 경기도의회는 지난 13일 2017년 경기도 예산안을 법정 기일인 16일 보다 3일이나 앞당겨 의결했다. 차기 예산안은 회계연도 시작 15일 이전까지 의결하도록 명문화돼 있지만, 경기도는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차년도 예산안 의결을 법정 기일까지 맞추지 못했다. 연정예산을 다룬 첫 해인 올해는 예산안 처리를 연말까지도 하지 못해, 경기도는 광역지자체로는 최초로 2016년 1월 한 달 간 준예산 상태에 들어가는 경험까지 해야했다.

올 7월,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필자는 예산 편성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원만히 해결하고, 예산안 의결 기한을 지켜내겠다는 결심을 했다. 예산은 도민이 낸 세금으로,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데, 도 집행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과 의회가 그 예산 편성 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도 집행부가 중점적으로 끌고 나가기를 원하는 분야에 대해 야당이 반대를 하거나, 야당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집행부가 외면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예산안 의결 법정 기일을 맞춘다는 것은 주어진 짧은 기한 내에 집행부와 의회, 여당과 야당, 교육청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대립 상황과 갈등요소를 해소하고 상호 동의과정을 만들어가는 고도화된 커뮤니케이션과 양보, 타협, 신뢰, 시간 엄수를 전제할 때 가능한 일이다.

2017년 예산안은 편성과정에서부터 경기도가 시도하고 있는 연정 정신과, 작년 말 경험했던 갈등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반영한 노력이 있었고, 집행부가 예산안 제출을 한 이후에도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의 성립과 집행의 최종 목표인 도민 행복과 안전을 위해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이번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작년 준예산 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도의회-경기도-경기도교육청' 3자간의 합의를 통해 무난히 해결했다.

예산안의 기한 내 의결이 도민의 삶에 끼치는 가장 큰 효과는 확정된 예산이 제시간에 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입된다는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 조기 집행에 따른 경기부양 견인 효과가 빨리 나타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집행부의 예산 집행 상황을 관리 감독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1970년대 정치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 정치권이 국민을 기만하여, 온갖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 속에서, 경기도는 의회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통해, 이번 예산안 의결과정에서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모습으로 도민에게 그나마 작은 희망을 보여 주었다. 경기도가 진일보한 상생과 협력을 통해, 흔들리고 있는 정국 속에서도, 민주주의 정상화의 새 이정표를 제시해 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