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건이 세상을 바꾸게 한다
정치인들 국민 안위 외면한채
정치적 계산만하면 목적 못 이뤄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어
국제변화 알아차리고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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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힘의 예를 들어보면, 네덜란드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이는 아무리 소변기를 깨끗이 사용해 달라는 표어에도 불구하고 잘 이행되지 않는 사용방법에 대하여 과녁을 제공함으로써 획기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또 다른 예로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때 계단을 사용하면 건강에 좋다는 표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단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계단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건반처럼 소리를 내자 너도나도 재미로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목격되는 것처럼, 심리학에서는 행동 유도성(affordance)이라고 하기도 한다.
결국은 넛지를 잘 활용하면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람들로 하여금 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최순실 사건만 보더라도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회의를 가져오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대통령 탄핵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유라'사건이 결국은 넛지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한다. 교육이 인생을 바꾸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우리 사회의 믿음이 한 인물로 말미암아 신뢰가 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향하여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입시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입시의 결과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일 수 있으며 매우 자연스럽게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이번 사건을 나비효과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출발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말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결국 넛지가 수많은 시민들을 행동하게 만들고 결국은 국회가 헌법에 의해 대통령을 탄핵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표현하게 되지 않았나 한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법과 정의에 입각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VUCA( 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 즉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애매한) 시대에서 정치권이 깨우쳐야 할 것은 바로 시민을 움직이는 넛지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작은 사건이 세상을 바꾸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선 과정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과정에서도 그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들이 올해 연출되었다.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 이 시점에도 국민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은 결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변화가 두렵다. 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새로운 ICBM (IoT, Cloud, Big Data, Mobile device)을 기존의 산업에 융합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우리 주력산업과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산업구조의 개편에 대한 국가전략과 정책적인 추진이 하루 속히 급한 상태이다.
우리의 진정한 위기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으며 변화를 알아차리고 위기에 대응하는 기능이 둔화된 지금이야말로 정말 위기 중의 위기가 아닌가 한다.
정치권은 시대의 흐름을 바꾼 시민들에게 이제 보응해야 할 때이다. 나를 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현안들을 챙겨주기 바란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위기에 최선을 다하여 대처하자. 그리고 국민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있게 될 대선에서는 정말로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다음 대선에서는 어떤 넛지가 작동될 것인가? 결론은 간단하다. 진중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이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지도자가 그러한 넛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남식 수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