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IPPLED AMERICA(절름발이 미국). 누구 입에서 이 쇼킹한 말이 튀어나왔을까.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고 대통령 당선과 함께 출간된 그의 자서전 제목이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 수세미처럼 구겨져버렸고 한물 간 국가로 전락해버렸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을 최고로 되돌리기 위해 고뇌했고 오랫동안 대선에 나설 지의 여부를 고심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자서전이라면 흔히 지난날의 성패로 인한 영욕(榮辱)과 훼예(毁譽)로 점철되게 마련이지만 '절름발이 미국'은 달랐다. 시종일관 자신감이 터질 듯 팽배해 있다는 거다. '나는 아무도 하지 못한 큰일을 해냈고 할 수 있는 내 능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1974년 28살부터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작해 트럼프라는 이름이 붙은 빌딩이 뉴욕 전역은 물론 뉴욕~하와이, 플로리다~워싱턴 주 등 9개 주와 우루과이, 인도 등 10개국에 뒤덮여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단언했다. '미국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비록 절름거리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팍스 아메리카나'는 못되지만 해낸다는 소리다. 그런 트럼프를 왕년의 미국 외교의 귀재 키신저가 18일 CBS에서 칭찬했다. '훌륭한 대통령이 되리라'고. 하지만 그의 실용적 외교는 위험하다. 미국의 실리 우선이지만 중국과의 마찰부터 잦다. 지난 2일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의 축하전화로 1979년 미·중 수교 후 37년간 미국도 인정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어긋나자 중국이 맹비난했고 '그럼 축하전화도 거절하라는 거냐'며 트럼프도 완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엔 또 남중국해에서 활동 중이던 미국의 무인기―드론(UUV)을 중국이 탈취하자 19일 트럼프가 화를 냈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저해하는 미국을 겨냥, 엉뚱한 타이완 상공으로 전략폭격기를 날렸다. 미국의 글로벌호크 정찰기와 일본의 F15 전투기도 날아들었고….
2013년 10월 클린턴 힐러리가 말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영해까지도 중국 바다라는 건 그 바다 갈매기조차 웃을 일이다. 그럼 태평양은 미국 바다'라고. 남중국해, 아무래도 위험하다. 강국 고래들이 으르렁거리지 않아야 그 틈새의 새우 국가들도 기를 펴련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