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빠져나와 덕교동 방면으로 남측해안도로를 가다 보면 군 초소를 기점으로 철책이 도로를 따라 길게 설치돼 있다.
이 철책은 다시 북측방조제로 이어져 총 길이만 22.2㎞에 이른다. 1.5m 높이의 경사진 콘크리트 방벽 위에 설치된 철책에는 “철책을 훼손시키거나 일몰 이후 출입하는 경우에는 간첩 또는 불순분자로 체포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삼엄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
영종도 주민들은 “공항시설물을 경비하는 수준을 넘어 공항이 위치한 도시를 철책으로 둘러싸는 사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며 “공항을 찾는 이용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미관을 해치는 철책은 모두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종 주민들은 물론, 공항 이용객들에게도 해안 철책은 '눈엣가시'다.
지난 15일 오전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 내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호텔사업가 김광식(56·강릉시)씨는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데 해안도로 철책이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고 있어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남측해안도로 철책 너머에는 공항 건설 당시 공항공사가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친수공간 형식으로 계단형 석축을 쌓았다. 공항공사의 전직 간부는 “남측해안도로에 철책이 설치될 것을 알았다면 석축을 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공항조성 당시만해도 공항 보안을 위해 해안 철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영종도 해안철책 설치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춘의(51) 목사도 “군 당국이 섬 전체에 철책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했었다”며 “주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1년6개월이 넘도록 군 당국과 싸운 결과 남·북측해안도로(22.2㎞)에만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5년전 벌였던 해안도로 철책 철거운동을 다시 전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레저·금융 국제도시로 조성하는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설치돼 있는 철책도 함께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북항에서 해안을 따라 율도를 거쳐 김포시계까지 21.3㎞에 걸쳐 있는 철책선도 모두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청라지구는 현재 개발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어 개발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군 당국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