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행복한 공동체 건설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인물이어야
이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대통령 탄핵여부 헌재에 맡기고
성숙한 시민으로서 이성 찾아야

요즈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법리 검토·심리·판결 과정을 기다리면서 용(龍) 꿈을 꾸는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과연 그들은 국가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
국가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은 맨커 올슨(1932~1998)의 '국가흥망성쇠론',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의 '자유주의 위기론' 등에 서술되어 있다. 또한, 제러드 다이아몬드(1937~현재)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이 몰락하는 이유는 지도자의 잘못된 역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실증적 분석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2008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성장 보고서'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을 이뤘던 13개 국가(한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 오만, 보츠와나, 말타)를 분석한 결과, 고도성장(1950년 이후 최소 25년 이상 연평균 7% 이상 성장)을 가능케 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① 유능한 정부와 신뢰받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② 수출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우호적인 세계경제 ③ 안정적인 국내 거시경제 ④ 높은 저축·투자율 ⑤ 정부간섭이 적은 시장경제체제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니콜 마키아벨리(1469~1527)의 '군주론'에서 서술된 능란한 권모술수나 일반 대중의 감성을 무책임하게 자극·유발하는 선동력이 아니다.
공자는 리더십을 '덕치주의(德治主義)'라고 사유했었다, 그렇다면 '덕(德)'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는'지(知)', 플라톤은 '조화로운 행동',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中庸)'이라고 정의했었다. 한편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애민·위민을. 도산 안창호 선생은 무실역행(務實力行)을 강조했다.
상기한 선현들의 뜻을 받들어, 저자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인화성·교육성·생산성으로 정의한다. '인화성'이란 분파와 파쟁을 화목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성'이란 새로운 행동규범 및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생산성'이란 사회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목적·도전의식, 성취욕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 3가지 덕목 중에서 '인화(人和)'가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토마스 홉스(1588~1679)가 말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빚어지고 있는 첨예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인화는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섬기는 리더십'을 말한다.
국가의 '어른'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주고 오늘의 고통을 인내할 수 있도록 다독거려 주어야 하며, 동시에 국민의 단견적 아집과 우매를 깨우쳐 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단순히 남한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반도의 대통령이며 또한 동북아의 지도자이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은 민족에게 생존과 번영을 위한 비전과 전략 즉 '큰 그림'(동북아 평화, 남북한 통일,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공동체 건설)을 제시하는 시대의 경륜자임과 동시에 이를 스스로 구현하는 실천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상기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맨커 올슨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개혁의 장애요인은 '기득권 세력'이다. 한국의 경우, 가장 영향력 있는 기득권 세력은 정치권과 대기업집단이다. 최근 조선일보·한국경제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개선된 경제 분야'에 대한 질문에서 55.8%가 없다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주체'는 정부(33%)와 국회(29%)라고 각각 응답했다.
이제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 문제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기고, 성숙한 시민으로서 분노를 억누르고 이성을 찾아, 올바른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수치스러운 '최순실 게이트'는 오히려 하늘이 주신 '보약'이 될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