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원 곳곳에 수백만 마리의 까마귀 떼가 출몰해 불길한 조짐이 아닐까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하긴 까마귀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재수 없다, 불길하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오합지졸' 등. 존재하지 않는 무(無), 아무것도 남김없이 없어지는 것도 '오유(烏有)'라고 한다. 까마귀 차지라는 거다. 고려 충신 정몽주 모친의 시조 '까마귀 싸우는 골에…'의 까마귀는 싸움질하는 관료들이고…. 중국에서도 '오룡(烏龍)'은 멍청하다는 뜻이고 오구자(烏龜子)는 불량배, 오잡(烏雜)은 어지러운 무질서라는 뜻이다. 일본어 역시 서로 닮아 분간하기 어려운 건 '까마귀 자웅'이고 대충 물만 끼얹는 목욕은 '까마귀 교즈이(行水)', 중년여성의 눈가 주름은 '까마귀 족적(足跡)'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 맹추, 시끄러운 잔소리도 카라스(까마귀)같다고 말하고 이튿날 바로 갚는 고리채는 '오금(烏金)'이고….
하지만 까마귀가 나쁜 이미지만은 아니다. 영리하고 영악한 새, 자조(慈鳥) 효조(孝鳥)가 까마귀고 까마귀 새끼가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효도가 '반포지효(反哺之孝)'다. 무엇보다 '오 솔레 미오(O sole mio―오 나의 태양)'의 태양이 바로 '금 까마귀(金烏)'다. 중국신화의 '삼족오(三足烏)'는 또 해 속에 살면서 매일 해를 지고 하늘을 난다는 세 발 까마귀다. 일본 천황 능 벽화에서도 three legged crow(삼족오)는 발견됐다. 중국 한대(漢代)~남북조(南北朝) 초기 천산산맥 북쪽에 살던 유목민도 '오손(烏孫)'이었고 아메리카 원주민에도 '까마귀(Crow)족'이 있다. 까마귀 많은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하도 까마귀가 많아 흉조 길조 개념도 없지만 까마귀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까마귀와의 전쟁'을 다 선포했고 그게 2000년 6월이었다.
수원시청 환경정책과에선 '수원시에 나타난 까마귀 떼는 일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년 이맘때면 무려 10만여 마리의 까마귀 떼가 울산 태화강변 대숲에 날아들어 다음해 2월까지 겨울을 난다는 것이다. 인간 까마귀 떼 싸우는 골이 무섭긴 하지만 불길한 징조만은 아니었으면 싶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