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용인이주노동자쉼터에 모인 농촌지역 외국인들이 어깨를 걸고 활짝 웃으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비록 열악한 농촌지역에 머물고 있지만 늘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의 얼굴에서 앞으로도 웃음이 떠나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8.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가

농촌의 외국인 문제는 이제 더이상 방관할 문제가 아니다.
농촌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갈수록 비율이 높아져 가고 있는 농촌내 결혼 이민자들은 이미 농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 돼 버렸다. 하지만 도시의 외국인들이 정부와 여러 사회단체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데 비해, 농촌의 외국인들은 여전히 관심과 지원의 대상에 들지 못하고 소외의 그늘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특히 이들에 대한 무관심은 고스란히 농촌의 문제로 비화돼 지금 농촌은 외국인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치안문제, 가정문제, 교육문제 등이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농촌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어 정부와 사회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대응에서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이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 문제다.

도시의 공장에는 정식 절차를 거쳐 한해 수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공급되고 있는데 비해, 농촌은 정식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받을 수 있는 숫자가 한정돼 있다. 이때문에 도시에서 떨어져 나온 외국인이나 불법 송출업체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들이 농촌으로 공급되면서 각종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농촌은 공장에 비해 월급이 적은 편도 아닌데다 잘 밀리지도 않아요, 그런 면이 좋죠.”

농촌과 도시에서 모두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농촌이 임금 측면에서는 도시보다 오히려 낫다는 말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농촌은 인기가 없는 일터로 꼽힌다. 이유는 농촌의 가혹한 근로여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농촌은 휴일도 제대로 없는데다 공장처럼 기숙사도 없다. 농촌의 열악한 생활조건도 문제여서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컨테이너)와 취약한 생활편의시설 등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힘들게 한다.

이에따라 농민들은 시설농가나 축산농가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있는 지역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집단 시설 등을 정부지원으로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도 시급하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적응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의사소통인데, 농촌의 외국인들은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을 만한 장소도 없어서 도시 외국인들보다 한국말이 더디다. 2~3년이 지나 한국말에 익숙해질때 쯤에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 기간은 송출비를 갚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어서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으로 체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불법체류자로 남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농촌내 치안문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촌의 가정으로 결혼해 온 외국인 여성들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농촌의 결혼 이민자들이 겪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가정의 불화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은 농촌 가정의 파괴를 예방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농촌의 문제는 농촌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벅차다.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농촌 외국인 문제에 접근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 우선 급한대로 현재 도시지역 외국인들에 쏟아붓는 각종 정책과 지원을 농촌지역으로 돌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농촌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에 농촌지역 외국인을 고려한 것들도 시급히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농촌지역의 외국인 및 결혼이민자 2세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정적 시각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촌에 속한 외국인들이 교육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남편, 시부모, 이웃들도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우리도 농촌을 이끌어가는 일원으로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고 하소연하는 한 필리핀 여성의 말처럼 이제 이들을 농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또 이들을 위해 우리 스스로도 교육을 받아야 할 때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