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푸틴, 미국의 트럼프는 macho(마초→사내다운 사내) 정도를 넘어 터프 가이(tough guy)다. 러편(ruffian→惡漢, 부랑자) 정도는 아니지만 거칠고 강인한 사내(녀석)다. tough는 속어로 '무법적인' '설마!'라는 뜻도 있고 rough(러프)와 비슷한 말이다. 그런 푸틴이 지난달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미·러 관계 회복희망 편지를 보냈고 두 터프 가이는 잘해보자는 통화도 했다. 그래 놓고 뜬금없이 트럼프가 22일 '미국은 핵 능력을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선언한 거다. 그런데 더욱 뜬금없는 건 푸틴이었다. 그가 1시간 전 핵전력 강화를 언급했다는 뉴스에 트럼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핵 능력 강화' 발언으로 응수했다는 거다. 가장 놀란 사람은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 '핵 없는 세상'을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이었고 미국과 러시아 국민은 물론 유엔도 놀라 23일 본회의에서 '핵병기금지조약' 교섭 개시를 내년 3월로 명기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핵보유국인 미·영·프·러는 반대했다.
중국도 '미·러 핵 확산설의 목적이 뭐냐(美俄高調談核 背後有何目的)'며 우려했다. 그렇듯 갑자기 핵전쟁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자 터프 가이 푸틴과 트럼프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는 24일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MSNBC뉴스 인터뷰에서 '군비확장 주장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도 미국은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강조였다'고 했고 푸틴도 그에게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하메시지를 보내 양국의 협조를 강조, 핵 공포 분위기를 해소시켰다. 동서 냉전시대인 1982년 2월 미군 간부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소련과 핵전쟁을 하면 미국 국민 8천만 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그걸 조지워싱턴대 국가기밀보관소가 22일 황급히 밝혔다. 미·러 핵전쟁에서 8천만의 미국인이 죽는다면 만약 한반도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두테르테, 터키의 쿠데타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역쿠데타의 에르도안에 이어 핵에 미친 김정은도 그들 터프 가이 대열 꽁무니에 끼려는 것인가. 문제는 그런 막말 터프 가이 대통령 예비후보가 한국에도 있다는 것이고 북핵에 관해선 일언반구 쓴 소리를 모르는 후보도 계시다는 그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