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기관들이 수장 선출을 위한 공모에서 새 인물 수혈을 택하면서, 현직 대표들이 공모에서 대거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기존 체제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더불어 혁신을 꾀하기 위한 교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내부적 인사조율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25일 경기도와 도 산하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도내 산하기관 3곳이 대표 공모를 진행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통합돼 내년 1월 만들어지는 도 산하기관이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초대 원장 모집에 응모한 윤종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가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예선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다.

"연임이 어렵다"는 세간의 평 속에서도 공모에 응모했지만, 결국 이사회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같은 통합 대상인 경기과학진흥원의 곽재원 전 대표는 퇴임 후 이번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현재 한의녕 원클릭 코리아 회장이 내정돼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중기센터 내부에 정통한 도 인사는 "도나 이사회 차원의 연임 요청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스스로 응모를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적합지 못한 인물로 평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표이사 공모를 진행한 경기복지재단에도 지난 2년간 복지재단을 이끌었던 박춘배 대표가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무려 16명이 지원해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지만, 현역이 낄 틈은 없었다. 부천 부시장을 마지막으로 복지재단 대표에 선임됐던 박 전 대표는 복지 전문가(?)의 타이틀을 달고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경기테크노파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경기테크노파크원장 채용공고를 진행했지만 윤성균 원장이 지원하려다 막판에 접었다. 윤 전 대표는 수원시 부시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난 2014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현직 대표들의 공모 도전과 잇따른 탈락에 대해 산하기관 인사가 도의 입김 없이 투명해진 결과라는 평도 있지만, 오히려 도가 산하기관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통제 불능상태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현직들은 인사권자에 해당하는 도지사의 의중을 반영해 차기 공모 도전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데, 도지사가 이에 대한 평가와 교감을 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며 "이번 현역 대거탈락은 앞으로 진행될 다른 산하기관장 공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