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집털이 범들이 극성을 떨어서야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13일 오후 6시께 수원시 팔달구 I아파트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여고생 A(16)양은 안방에서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가족들이 모두 외식을 나갔던 터라 자기 외에는 아무도 없을텐데도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자 A양은 안방을 살펴봤고 30대 남성이 옷장을 뒤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A양은 “누구세요?”라며 소리를 질렀고 그 남자는 곧 현관문을 통해 달아났다.

다행히 도난당한 물건도, 인명 피해도 없었지만 하마터면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5시께에는 용인시 수지구 G아파트에서 4세대가 나란히 털렸다.

피해자 M(40)씨는 “집 현관문 자물쇠 부분에 광고전단지가 붙어 있기에 들춰봤더니 드라이버에 뜯긴 채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현관에 있던 감시카메라에는 용의자(범인)가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접착용 종이가 붙어있었다.
수원과 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 ‘집털이’가 극성이어서 주민들이 치안불안에 떨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 H아파트에서는 지난 24일 오후 5시께 J(41)씨의 집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지난달에만 3집이 털렸고 인근 C아파트와 S아파트에서도 5건의 도난 사건이 발생, “오후 6시 이후 외출 가정에서는 반드시 형광등을 켜 놓고 외출하라”는 안내 방송을 매일 내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원 I아파트나 H아파트 등 재개발 지역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주민 공동화 현상'이 발생, 이 지역을 중심으로 우범지역이 형성되고 있다.

일선 경찰은 그러나 방범·순찰활동 보다는 신고 출동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역민들의 치안불안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000년께 ‘순찰함 제도’가 없어지면서 일선 지구대 경찰들의 지역 순찰·방범 활동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민원신고 건수가 급증하면서 현장 투입 인력이 늘다보니 지역의 세세한 곳까지 순찰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